폭염에 지쳐 만사가 귀찮아지던 지난여름 생뚱맞게 정부·여당에서 가짜뉴스를 근절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총리까지 인터넷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 문제를 제기하고 여당에서는 인터넷 1인미디어들도 방송사업자로 등록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방송사 아니 지상파방송사들이 인터넷언론과 가짜뉴스 관련 보도들을 쏟아내고 급기야 시사프로그램에서 폐해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범죄라는 점에서 개선되어야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헌법상 통신영역에 속한 인터넷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위헌적일 수 있고, 실제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인터넷미디어들을 모두 규제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욕만 앞서는 무리수였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한걸음 물러났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여전히 인터넷 미디어들을 규제해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 왜 정부와 여당 그리고 지상파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인터넷 미디어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까?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과 관련된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있는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과 이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는 유튜브를 문제 삼았다.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보수성향의 인터넷 언론들이 급증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들어 유투브의 보수 성향 인터넷언론들과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일부 보수성향의 인터넷 1인 매체들은 기존 방송들을 위협할 정도의 회원과 클릭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들을 규제하겠다는 정치권의 의지는 행위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과거 야당시절 ‘인터넷 실명제’나 ‘최진실 법’ 등에 강하게 반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상반된 태도라는 느낌이 강하기는 하다. 반대로 집권 여당시절 인터넷규제를 추진했었던 야당이 이번에는 표현의 자유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와 정치인들의 수준을 알만 하다.

더 웃기는 일은 정치권보다 방송사들의 태도다. 반세기 이상 엄청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누려왔던 공영방송들이 앞장서서 인터넷 언론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자칭 대한민국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 실제 아직도 그런지는 한번 생각해 볼일이기는 하다 - 공영방송이 유튜브의 아마추어 언론들을 맹폭을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정도가 아니라 애처롭기까지 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매체들은 언론도 아니고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치부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정치권보다 방송사들이 인터넷 미디어 규제에 더 열을 올리는 걸까? 방송사들은 가짜뉴스나 사이비 언론의 폐해 등을 문제 삼지만 실제 이유는 그런 것 같지 않다. 혹시 그 이유가 급성장하고 있는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들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온 반면에 온라인 광고는 급성장해왔다. 때문에 지상파방송사들은 자신들의 광고축소와 경영압박의 주된 원인이 온라인매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수치상으로 객관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매체들이 광고를 빼앗아간 것이 아니라 광고매체로서 경쟁력이 약화된 지상파방송에서 광고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1인 가구와 TV가 없는 zero-TV가구 증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는 매체수용행태, 맞춤형 콘텐츠 수요 확대 등은 이제 더 이상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수입만으로 호황을 아니 생존하기 힘듦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일부 1인미디어들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유튜브의 성장속도가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몇 년 안에 우리 미디어시장에는 유튜브만 남을지 모른다는 다소 섣부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매체에 대한 규제압박은 보수성향의 인터넷 언론을 견제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이해와 점점 커지고 있는 인터넷포털을 견제하고 싶은 방송사들의 경제적 이해가 맞아떨어져 나타나는 현상으로 충분히 생각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정치권력과 방송은 상호 이해득실에 따라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이른바 ‘정치 병행성(political parallelism)’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인터넷 규제 역시 그런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정권교체이후 공영방송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완전히 교체된 지금 광고규제완화와 KBS수신료 인상 주장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전혀 생뚱맞지 않을 수도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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