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민편의시설 들어서야" vs 학계 "일본 강제동원 역사적 의미"

의 ‘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미쓰비시 줄사택 지역’ 모습. 사진=부평구청

 

국내 유일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흔적인 ‘미쓰비시(三菱·삼릉) 줄사택’을 박물관으로 조성하려던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11일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9월 부평동 7천700여㎡ 규모의 미쓰비시 줄사택 부지 중 328㎡ 에 ‘미쓰비시 줄사택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건립하는 ‘미쓰비시 줄사택 생활사 마을박물관 조성 사업’을 마련, 2019년 ‘인천민속문화의 해’에 개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 발표 1년이 훌쩍 넘었지만 해당 지역에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사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구가 당초 박물관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에 부평2동주민센터와 새뜰마업사업지(주민공동시설), 주차장 등 3개의 주민편의시설을 짓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박물관 부지 역시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역사학계에선 실제 일제의 강제동원 흔적이 있는 줄사택의 ‘현장성’을 살리는 등 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며 주민과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 사업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선 미쓰비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력을 강제로 착취한 대표적인 전범 기업으로,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에 구는 명확한 입장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 요구에 구는 지난 8월 해당 부지에 박물관 건립을 철회하고 향후 반환되는 부평 미군기지 일부 부지에 일제의 강제징용 역사가 담긴 박물관을 짓는 계획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정해진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줄사택에 대한 ‘역사적 보존 가치’, ‘근대건축물로써의 보존 가치’ 등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으며 박물관 건립 예정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은 낙후된 동네에 박물관을 지으면 낙후된 이미지를 강조하게 되고 역사적 보존 가치도 없다는 주장을 한다”며 “줄사택을 보존하며 박물관을 지을 지, 현장보존 하지 않고 박물관만 지을 지, 부평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박물관을 지을지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백승재기자/deanbe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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