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한에 제주산 귤 200톤을 보냈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한이 우리 측에 선물한 송이버섯 2톤에 대한 답례다. 공군수송기에 실린 10㎏짜리 제주산 귤 2만 상자는 평양으로 보내졌다. 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말이 상징하듯 한라산이 있는 제주산 귤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서 한라산 답방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제주산 귤은 단순한 답례 이상의 의미 부여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귤을 계기로 답방 논의가 구체화될 가능성에 대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천해성 통일부차관이 직접 귤을 싣고 간 점으로 미루어 자연스런 답방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귤을 보낸 것을 두고 우려와 비판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과 엇박자 행보이며,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귤을 대량 보내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을 리 없다. 정부 관계자도 사전 협의했음을 설명했다. 귤은 유통기한이 짧아 군용 비축이 어렵고, 현금화도 불가능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유한국당의 우려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미국과 사전 협의를 했다고 하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귤을 금액으로 환산하더라도 북한이 보낸 송이버섯의 가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송이버섯의 가격이 비싸다. 사실상 귤을 답례로 보낸 것에 대해 의미를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금물일 수 있다. 선물을 주고받는 우리 고유의 기본 미덕으로 여긴다면 이로 인한 분란이 생길 수 없다. 그런 가운데 귤이 남북 간의 대화와 진전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면 좋은 일일 것은 분명하다. 북미대화가 또다시 막힌 상태에서 남북 간에 너무 앞서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그 길이 막힌다면 이는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들이 무너지는 일이다.

제주산 귤이 북한에 간 시각 남북은 각각 최전방 GP 11개소의 화기와 장비, 병력을 각각 철수하고 시설 철거도 시작했다. 남북 간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합의들이 천천히 하나씩 지켜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 아세안과 APEC정상회담에서 주요국가 정상들과 회담을 예정하고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보폭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들이 꾸준히 계속되는 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진전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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