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명이 희생된 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화재사고를 통해 고시원 거주자가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가장 적은 돈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곳이 고시원인 것이다. 고시원은 애초 90년 대 고시학원 근처에 지어져 고시생들이 학원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주로 거주했다. 원룸과 달리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거주가 가능하여 지방에서 올라온 고시생들도 많이 이용했다.

하지만 이제 고시원은 일용직 노동자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홀로 사는 어르신들, 저소득층 등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다.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고시원도 서울 영등포의 인력시장이 밀집한 거리에 있고, 주변에만 10여 곳의 고시원이 몰려 있다. 사고 이후에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도 있을 정도로 고시원 거주자들의 사연이 참으로 애잔한 경우가 많다. 고시원 거주자의 70~80%가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평상시에도 홀로 쓸쓸하게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고시원이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란 점이다. 그래서 안전관리에 너무나 취약하다. 이번에 화재가 난 고시원도 스프링클러가 없어 큰 희생이 발생했다. 월세 몇 만원을 더 내 창문 쪽에 거주하던 사람은 대피가 가능했지만 미로처럼 연결된 좁은 복도를 지나야 밖으로 나가는 안쪽 거주자들은 화재가 났을 때 속수무책이다. 고시원에 살다가 화재가 나도 또다시 고시원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 있고 그것도 운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비상구는 막혀 있고, 완강기는 고장이 난 상태다. 완강기가 작동한다고 해도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도 많아 화재가 날 경우 그야말로 살고 죽는 것이 운이란 말이 실감난다. 최근 10년 새 고시원은 3배로 늘어나 전국적으로 1만 이천 여개의 고시원이 있고 거의 절반가량이 서울에 있다고 한다. 이번 화재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고시원을 비롯 소규모 건축물 안전점검을 시작했고, 국토부는 거주 취약계층을 위해 수도권 도심에 공공임대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날 때마다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대형 사고가 났을 때만 반짝하는 정책이 아니라 누구나 안전한 주거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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