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5일 오후에 열기로 한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결국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여야정 상설협의체 실무회동 불참에 이어 본회의 보이콧 방침까지 실행에 옮겨진 탓에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실제로 두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를 야당무시 일방독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의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거부를 강력 비판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를 몽니 정도로 받아들이는 탓에 한동안 날카로운 시간들이 이어질 듯 하다. 그러다보니 예상되는 일은 예산안 심사와 민생·개혁법안 논의에 차질이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본회의장에서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란 말과 함께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유감스럽다는 말로 대신했다.

왜 이렇게 늘 국회는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정쟁에만 매달리는 것일까. 말로는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 책무를 어기는 것이라면서 늘 이런 식이다. 알다시피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으나 재적의원의 과반이 출석해야 안건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 전원 참석에 무소속 의원 일부가 가세하면 절반을 넘길 수 있지만 해당일에는 과반이 달성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한국당과 미래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예산 국면에서의 경제팀 교체에 강하게 반발하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여전히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더한 문제는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국민들의 실생활과 연결된 일들이 멀어지게 됐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식품위생법 개정안 등 90건의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도 이뤄지지 못했는데 본회의 불발에 여야가 책임을 전가하며 다시 한번 정당들이 충돌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아연해 하고 있다. 알다시피 대부분 상임위를 통과해서 진작부터 여야 간 처리에 다툼이 없는 비쟁점 민생법안들임에도 결과는 이렇게 된 셈이다. 국회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정치 불신은 더욱 고조될 것이 뻔하게 됐다. 법안처리 지연으로 민생 현장의 불편과 고통은 길어지게 됐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뻔하다. 그 이유와 책임 소재를 불문하고서라도 말이다.

우리는 야당들이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고 국정을 비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민생법안 처리를 볼모로 하는 투쟁방식은 이제쯤 없어져야 할 구태로 판단된다. 더구나 여당인 민주당이 여소야대 구조에서 제1, 2야당의 반대에 법안처리 무산을 그냥 두고 보기만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대목이다. 집권여당의 책무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다. 어떻게든 여야 합의를 도출해내는 정치력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앞으로 그 부담을 생각했어야 했다. 모조리 정부와 여당의 몫으로 돌아올 것을 왜 모르는가. 국회는 입법부로서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본분을 태만히 하는 국회를 국민들이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지도 곱씹어 봐야 한다. 국민들이 참고 있다. 그 참음의 기일은 머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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