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이고, 우리나라의 처벌은 너무 약하다’는 강한 소신을 밝히며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자는 일명 ‘윤창호법’을 공동 발의했던 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이용주 의원이 서울 등에 집이 16채라는데 집 살돈은 있고 대리기사 부를 돈은 없냐’는 비아냥도 이어진다. 특히 음주운전 적발 직후 한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과오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발언은 마치 본인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한몫했다는 자랑 아닌 자랑처럼 들려 국민의 공분을 샀다.

대한민국 기득권자들의 언행불일치와 낮은 윤리수준은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고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국민은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이 나라 지도자들의 인생의 가치는 무엇이며, 무엇을 꿈꾸며 사는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잘못과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지위가 높다고 하여 그 사람의 잘못도 특권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강한 논란과 사회적 공분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지도자일수록 전문성 못지않게 책임성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회적 이치가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다보니 빛나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온 사회에 누적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일부 사회지도층의 반윤리적인 반칙행위가 살아가는 데에 오히려 더 쉽고 편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사회전반에 확산시켰다. 적어도 공직사회만큼은 윤리적으로 투명해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이 큰 것은 이 때문이다.

IMF 경제위기 직후였던 2000년과 10년 후 2010년을 비교한 갤럽 여론조사에 국민이 보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에서 도덕성(21.5%→41%)은 배로 늘어난 반면, 추진력(53.9%→28.5%)은 배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보면 적어도 ‘나’ 는 ‘돈, 돈, 돈’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더라도, ‘우리’가 함께 할 사회는 윤리적으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표출된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조선 유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허목’은 문집 ‘기언’을 통해 ‘나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성현의 가르침을 두려워하여 평소에 말을 하면 반드시 글로 써서 날마다 살펴보며 힘썼다.’고 했다. 사회 지도층의 행동거지의 올바름이 얼마나 중요하며 지키기 어려운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역에도 ‘군자가 종일토록 힘써서 노력하고 밤에도 조심하니 큰 허물이 없다’ 고 하며 이름을 드러내게 되면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게 되는데 이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필자 역시 지도자 위치에서 다양한 사안으로 여러 직책을 맡아 정신없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때로는 이치에 맞지 않거나 언행이 불일치하는 일로 자성한 적이 많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반성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지위가 높다고 하여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을 지양하고 실수하더라도 반성의 가치를 높여주는 사회분위기가 중요하다 하겠다.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각 분야의 새로운 지도자가 국민과 함께 땀과 눈물을 흘림으로써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많은 위가와 병폐를 국민 복지시대 실현의 기회로 만들기를 소망한다.

조성철 한국사회복지공제회 명예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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