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역 폭행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사건이 남녀 대결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5명의 남자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2명의 여성 중 한 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 번졌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동조한 것이다. 이에 유명인들이 남성과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가 이후 사건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과의 글을 올리는 등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술집 내부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여성이 가방을 들고 있던 남성의 손을 치면서 몸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여성들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계단에 CCTV가 없어서 계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건 당시 양측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여성들은 몸싸움 이전에 말싸움이 시작된 배경을 설명하며 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증거 자료를 확보하여 정확한 사실 전후 관계 파악이 먼저 이루어져야 불필요한 오해가 없을 것 같다.

이 사건은 현재 우리 사회의 남녀 대결 구도 양상이 상당히 심각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정확한 내막이 채 밝혀지기도 전에 대결 양상으로 확산된 것이다. 술집에서 흔하게 있는 말다툼에서 시작된 다툼이 상대를 성적으로 혐오, 비판하기에 이르고 그 가운데 폭행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배경에는 최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남녀 간의 대결 양상, 특히 남혐·여혐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SNS나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무책임한 글이나 말 보태기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과거 가부장적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양성 평등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사건도 그런 진통 가운데 하나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편파적인 판단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찰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건 전말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면 될 일이다. 남녀 간 대립, 더 나아가 남혐·여혐 대결 구도 양상으로 번져 작은 사건도 크게 확산되는 현상이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올지 의문이다. 아직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에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표현하고 있는 점만 보아도 우리 사회의 남녀의 대립구도가 상당히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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