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폭염으로 한때 서울의 낮 기온이 38.3℃까지 올라가며, 이전까지 한반도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였던 1994년의 기록을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예전에는 낮에 기온이 이렇게 높아도,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서 잠을 잘 청할 수 있었으나, 올해에는 밤에도 최저온도가 30℃를 유지하는 초열대야 현상으로 에어컨 등 냉방장치 없이는 잠을 이루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온열질환자가 2천 명이 넘고, 가축폐사에 농작물 피해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전기료 누진제에 따른 요금 걱정으로 마음 편히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사용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다른 나라에 비교해 비교적 싼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주택용 평균 전기료는 1Kwh 당 148.1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2% 정도 싼 116.4달러라고 한다.

하지만 전기를 쓸수록 단가가 비싸지는 누진제를 적용하면, 우리나라 누진율은 최고 3배, 중국 1.5배, 일본 1.3~1.9배, 미국 1.1배로 한국이 훨씬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누진제가 적용된 전기료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주택용 전기료에 누진제가 처음 적용된 시기는 1972년 박정희 유신정권 시기로 올라간다. 당시에는 고유가에 따른 오일쇼크로 석유를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고, 이것이, 주택용 전기 소비를 억제하는 명분이었다.

이 제도는 처음 시행할 당시에는 3단계, 1979년 12단계, 1995년 7단계, 2005년 6단계, 2016년 3단계로 시대에 맞추어 변천을 거듭하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하는 이유가 가정의 전력 과소비를 막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 하지만 설득력은 부족해 보인다. 왜냐하면 전체 전력 사용량 중 주택용의 비중은 13%에 불과하고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인 56%가 산업용이고, 상업용 전력도 21%나 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원에 전기요금 반환청구 소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주택용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산업용 등은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2014년부터 시작된 전기요금 반환청구 소송이 지금까지 2만 세대가 참여해 총 13차례 소송 진행 기록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올해 같은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주택용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형평성 부당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소송이 더욱 늘어나고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기사업법에서 한국전력에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한국전력이 일방적, 독점적으로 정한 전기요금을 적용 받으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전기요금이 싸다는 논리로 가정용누진제 폐지를 어렵다고 하는 것은 그저 공허한 변명처럼 들린다.

이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이다. 추운바람과 온도로 전기난로 등 난방장치의 사용이 더욱 늘어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서민들이 더 이상 전기료 누진제 걱정 없이 편안히 난방할 수 있도록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정부와 한전은 전기료 누진제에 대해 제고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대통령이 외국과 비교해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하라고 관련기관에 지시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전기누진율이 다른 나라와 같이 완화 또는 폐지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전기 누진제 개선은 단순히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 그리고 생계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에너지 복지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전기료 걱정으로 냉방 및 난방을 하지 못하는 불편 없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김진숙 안산시의회 의원,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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