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치른 수능이 ‘불수능’으로 불리면서 수험생들의 대입전략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능 이의신청 기간에 무려 1000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사회탐구 영역이 50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어와 수학에 각각 100여 건이 제기됐다. 고난도 문항에 대한 항의 글도 쏟아졌는데 특히 국어 31번 문항에 대한 불만이 쇄도했다. 마치 과학탐구 지문을 방불케 내용으로 이를 읽고 이해하는 데 거의 10분가량 걸리면서 수험생들이 첫 시간부터 머리가 멍하고 당황했다고 한다. 과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문과 학생들은 더 어려웠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수능 도입 이래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86점 정도로 내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난이도 조절에서 실패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나타났다. 원어민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문항이 있었고, 영어지문을 우리말로 해석해 놓았는데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문항도 있어서 불만이 높다. 1등급 수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학생·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장된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 어려워진 수험생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대학별 수시논술 고사장에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몰렸다. 수험생들은 고사장에 결시자가 거의 없어서 놀랬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불수능 여파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시험지 유출 파문으로 내신과 학생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수능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대학입시 전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크다.

수능이 너무 쉬워 고득점자를 양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처럼 지나치게 어려워도 문제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고1, 2 학생들은 어떻게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능 출제본부는 매년 “대학에서의 학업에 필요한 능력을 확인하는 문제,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수능은 그런 기조에서 어긋난 느낌이다. 불수능 여파로 논술고사장과 입시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수험생·학부모들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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