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개 도축장인 성남시 태평동 개 도축장이 철거되는 21일 오전 성남시 관계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도축장을 철거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개 도축장인 성남시 태평동 개 도축장이 철거되는 21일 오전 성남시 관계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도축장을 철거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그동안 학대받아온 동물들...정말 마지막이네요"

어느새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입김이 나오는 22일 오전 8시 성남시 태평동 일원.

텅 빈 도살장 안에 남은 개 사체도 살결이 얼었다. 살아있는 개들은 이미 다 옮겨진 후다.

용역업체 직원이 한데 모여 출입구를 막아선 동안, 집행 공무원들은 녹이 슨 칼과 연장들을 옮기고 현장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 찍었다. 현장에선 연신 누린내가 났다.

몇 남지 않은 도축업자들은 냉장고 등을 트럭에 옮기고 솥과 같은 쇠붙이들을 천천히 추려냈다.

“이건 다 여기에 버릴 거예요. 가지고 갈 것도 없고 팔 것도 없어요.”

이곳에서 개를 먹이고 또 죽였던 A씨가 마지막으로 현장을 서성거리며 말했다.

며칠 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게 맞는지 행정대집행 당일 이곳은 사람도 개도 없이 텅 비었다.

혹시나 있을 무력충동을 막기 위해 경찰과 소방이 대기했지만 행정공무원들의 움직임만 분주했다.

시에서 개들에 대한 긴급격리 조치를 위임받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3곳도 합류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개 도축장인 성남시 태평동 개 도축장이 철거되는 21일 오전 성남시 관계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도축장을 철거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개 도축장인 성남시 태평동 개 도축장이 철거되는 21일 오전 성남시 관계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도축장을 철거하고 있다. 김영운기자

그러나 살아있는 개는 누가 주인인지 모를 까맣고 작은 소형견이 전부였다.

현장에 합류했던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지난 20~22일 예정돼있던 행정대집행이 22일 당일로 미뤄지며 도축업자들이 개를 다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100마리 이상의 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긴급격리조치 발동은 개들이 피학대동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데 의의가 있고, 이후 전국 도살장 폐쇄 행정 집행에도 실례가 될 것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대법원에서 전기 쇠꼬챙이 도살 행위를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판례를 들며 태평동 개도축업 행위를 근거로 시가 ‘긴급격리조치’를 발동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태평동 개 도살단지는 1990년대를 시작으로 인근 모란시장과 경기도 일원에 개를 납품하며 ‘도살 및 유통’ 전반을 담당했다. 최대 600마리의 개들이 계류할 수 있는 전국 최대 규모였다.

성남시가 밀리언파크 공원조성 사업 인가를 받은 것이 2014년 5월, 해당 부지에 행정대집행 영장까지 발부한 것이 2017년 12월의 일이다.

그러나 인근 화훼업과 더불어 도축업자들이 시를 상대로 행정집행 무효 소송을 내 무기한 지연되다, 이날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행정대집행은 이날 4시30분께 모두 완료됐다. 신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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