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에는 특별한 작품이 있다.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민통선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3x3in 나무 타일 작품이다.

이 작품들의 수는 자그마치 5만여 장으로, 대형 벽화로 탄생해 도미술관 내부 벽면에 설치됐다.

이는 2008년 경기도미술관이 강익중 작가와 함께 진행했던 어린이 벽화 프로젝트 ‘5만의 창, 미래의 벽’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교육상설전시 ‘이야기 사이’다.

사람과 평화를 이어, 우주를 꿈꾸는 설치 미술가 강익중은 50대 후반 임에도 불구, 어린아이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이에 그의 대표적인 설치 작품은 모두가 알록달록해 눈길을 끈다.

특히 작품 하나하나에는 어린 꿈나무들의 꿈과 희망, 소망이 담겨 그 어느 작품보다도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우주를 꿈꾸는 강 작가의 작품 하나는 작은 별 한 개인데, 도미술관에 모인 5만 개의 별은 마치 또 하나의 큰 별로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지난달 25일에는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훌쩍 커버린 어린이와 자원봉사자 등을 초대하는 ‘홈커밍 데이’가 진행돼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소중히 해 온 만큼, 아이의 웃음같이 천진한 미소를 머금은 강익중(58) 작가를 만나, 그의 꿈과 희망에 대해 들어봤다.



 

-작품을 보면 통일과 평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평소 관심이 많았나요.

“아이를 낳은 이후 아이를 중심으로, 북한과 통일을 생각하게 됐고 1998년부터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5만의 창은 미완성입니다. 우리나라 전체의 아이들의 꿈과 소망을 담아야 하는데, 절반에서 멈췄잖아요. 10만의 창이 목표입니다. 1999년도에 파주 헤이리에서 겨울에 얼음 땅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당시에도 10만의 꿈을 진행했었는데, 그 역시 미완성이지요. 이 작품들을 완성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제 아이를 보면서 10년, 20년, 30년이 지나면 북에 갈 수 있을까?, 북한 아이들 5만 명의 꿈도 함께 담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와 경제는 못하겠지만 문화와 아이들의 꿈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공공 미술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공공 미술은 정의를 내린다면 명랑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명을 할 때는 세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리더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대중, 사람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왜?(대의 명분)입니다. 저는 왜?에서 걸리는 데, 저는 연결을 하고 싶어요. 19세기의 리더는 칼을 든 ‘영웅’이었고, 20세기의 리더는 군중 속에 있는 ‘스타’였으나, 21세기의 리더는 보이는 것보다 ‘연결자’에요. 제가 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연결해 주는 거예요. 남과 북, 동과 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겁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있는 어린이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49개 국가에서 3인치 작품 100만 장이 넘게 모았습니다. 도서관과 학교, 어린이병원에 기증을 많이 했습니다. 이것은 세상을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이의 그림 옆에 쿠바 아이의 바로 옆에 그림이 붙으면 ‘우리는 연결돼있구나’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는 좀 더 나은 미래, 밝은 미래로 변화할 수 있는 희망입니다. 이것이 작가인 몫인 것 같습니다.”



-파주 대성동 마을은 특별한 곳입니다. 올해 대성동초등학교 복도에 걸린 ‘오만의 창, 미래의 벽’을 10년 만에 다시 마주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안되니, 팩스로 받아서 작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벌써 10년이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정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군대에 입대한 아이도 있고, 영화배우가 된 아이도 있고, 자원봉사를 했던 소위가 소령이 됐고요.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다시금,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남북 정상 만났을 때 모두가 포옹하는 사진을 실었지만, 독일의 언론 프랑크푸르트 알게 마이너 차이퉁은 ‘대성동 초등학교 벽화가 통일이 미래’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1면에 실었습니다. 대성동 초등학교 벽화도 3인치 작품인데요. 통일은 미래라는 것을 먼저 통일한 독일을 알고 있던 것이죠. 그래서 실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이 벽화는 2008년도에 만든 문화재이고 도미술관에도 어린이들이 만든 21세기의 문화재, 역사를 만든 것입니다. 이번에 대성동초등학교를 방문을 했는데요. 보관상태가 아주 좋고, 학생들도 선배들이 만든 작품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가슴이 아팠던 점은 태극기 건너편으로 인공기가 걸려있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이 작품이 있는 대성초가 북한과 남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역할이 가장 클 것입니다.”



-3인치 작품을 보면 참 아기자기하고 마음 한 편에 아직도 동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과정을 이야기해주신다면.

“최남단 마라도부터 대성동까지 연결을 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숨결을 듣는 거죠. 해외에서 작업을 했던 것을 밖에 아니라, 안테나를 안으로 기울인 것입니다. 나를, 조국을 들어보는 것처럼요. 그리고 기록을 하고, 21세기의 문화재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들어볼 수도 있고요. 옛날에는 장래희망은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이 작품은 아이들의 그림을 나무판에다가 붙이는 건데요. 군대, 교도소, 양로원 등에 의뢰를 하는데, 그분들이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치유를 받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더라고요. 제 작업은 대중과 함께 하는 미술이다 보니, 나이는 들어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됐어도 모두가 동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아이들의 작품이 어른들의 동심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도 학생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어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어렵다기 보다, 아쉬웠던 점은 당시 작품을 그린 전교생 3명이 참여했던 마라분교가 폐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아이들이 참여를 했었기 때문에, 마라분교가, 전교생 3명이 지문처럼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둥근 다리를 만드시는 게 목표라고 들었습니다. 그 구상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을까요.

“한 5년 전쯤,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정원박람회 때 둥근 다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임진강에 남과 북을 잇는 꿈의 다리를 놓을 건데요. 장소와 방법, 예산까지 대충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다리는 지름이 500m 정도로, 작품은 약 200만 장을 채울 예정입니다. 외벽은 유리 모자이크로 남과 북이 함게 부르는 노래, 동요 등을 유리 타일로 붙여, 한반도는 미래의 땅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남북에는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저는 통일이 된 이후의 노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예술을 하는 작가들도 통일이 됐을 때 해야할 일을 미리 계획을 해야 합니다. 통일은 끊어진 어망을 잇는 것인데요. 그 어망으로 대어를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은 함께 대어를 낚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하고, 함께 흥분해야 합니다. 이 안에 예술가의 몫은 어망을 던지는 역할입니다. 국민들과 어떤 통일의 어망을 던질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고 백남준 작가와의 만남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셨고 어떤 영향을 받게 되셨는지요.

“‘백남준은 무당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에 별을 보는 무당이죠. 1994년 뉴욕의 휘트니 뮤지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백남준 작가와 기획을 하는데 참여를 해보겠냐고요. 생각 한번 안 하고 바로 참여하겠다고 날아갔습니다. 그때 정식으로 인사를 하게 됐는데요. 전시가 끝나고 뉴욕 금융가의 회장 집에 초대돼 함께 만찬을 즐기는데, 질문을 하시는데 “30세기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였습니다. 저는 30년 후를 잘못 이야기하신 줄 알았는데, 30세기였어요. 천 년을 바라보고 계신거죠. 사람의 그릇 사이즈에 이야기하잖아요. 그분의 그릇은 가늠을 할 수가 없어요. 그 질문은 저에게 던져주는 화두였고 교훈이었습니다. 세계를 흔들고 있는 BTS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주변 국가와 싸울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사람들의 행복과 우주를 꿈꾸는 강 작가님의 앞으로의 행보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 배들도 자국 없이 다니는데 /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 새들도 혼자 노래하는데 /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 다시 태어나도 내가 나를 모르는데 /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 바로 이 순간이 내가 갈 곳인데 /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 원래 나는 없는데. 제목은 ‘이름을 남기려 하지 말자’입니다. 제가 시도 쓰고 있는데요. 이름을 남기려 하면, 그게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그냥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이 순간, 지금 있는 곳이 갈 곳인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하면 ‘꿈은 이뤄진다’라는 말이 떠오르잖아요. 아이같이 정직한 마음과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있다면 꿈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김동성기자/estar@joongboo.com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