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도청에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람 잘 날이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혜경궁김씨’ 트위터 계정주 소유 논란으로 불난집에 기름이 부어진 듯 확산되면서 이 지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주변 지인과의 술자리나 식사 자리마다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화두 역시 이 지사와 관련된 이야기다. ‘그거 그거 맞지?’, ‘그건 말이 안되지 않나?’ 등 아직 수사 당국도 확인하지 못한 내용들을 가지고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있다보면 이번 파문에 대한 진실은 이미 모두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지금의 시점에서 큰 맹점은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사실이던 혹은 사실이 아니던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오면 이 지사는 그간 깨끗하게 털어내지 못했던 각종 의혹들을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해소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고 기소가 되서 형을 받게 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

부인 김혜경씨가 사용했을 것이라고 검찰이 추정하는 핸드폰 역시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혜경궁김씨’ 논란도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검찰 출석 이후 4일동안 SNS에서 침묵을 이어오던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찌 좌절조차 제 맘대로 하겠냐”며 “백절불굴의 의지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수사에도 굴하지 않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천300만의 도민들의 수장인 경기도백이 오랜 침묵을 깨고 던진 첫 울림로써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지금 이 지사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도민들에 대한 사과다. 현재 이 지사를 둘러싼 의혹들은 과거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생겨난 문제들이다.

이같은 과거의 전력이 현재 경기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도지사의 집무실이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내년도 예산안을 검토해야 할 시간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이쯤됐다면 과거에 있던 일들이 사실인지 사실이 아닌지를 떠나 경기도백으로서 현재의 상황이 발생하게 만든 책임에 대해 진정성있게 사과하고 도민의 용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됐어야 한다.

과거 이 지사의 개인적인 일로 경기도민이 손가락질 받고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 이 지사의 형이 정신병이 있고 어머니에게 심한 말을 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는 것이 경기도민과의 생활과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를 뽑았다고 도민들이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우리는 진정한 사과도 없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다 촛불이라는 커다란 열망앞에 녹아내린 국정농단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내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내손으로 탄핵한 뼈아픈 기억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도민들의 머슴을 자청하고 나선 도지사가 도민 앞에 머리숙여 사과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과연 그 발언에 진실성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청에 부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명찰 패용과 함께 직원들에게 점심시간을 준수하라는 직원들의 근무 태도였다. 주어진 점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식사 때문에 업무에 차질을 빚지 말라는 것이였다.

그러나 경기도지사가 수사 당국에 소환돼 수사를 받고 와서 꺼낸 첫 이야기가 ‘일을 더 잘하겠다’는 말을 꺼냈다. 직원들도 주어진 점심시간을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데 하물며 경기도백이 도정을 더 잘하겠다는 것을 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곤혹스럽기만 하다. ‘제 개인, 제 가족의 문제로 인해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도정에 충실하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말을 먼저했어야 맞는게 아닌가 싶다.

흔히 경기도를 말할 때 대한민국의 3분의 1에 달하는..., 1천300만 도민을 가진..., 서울을 둘러싼...대한민국의 중심... 등의 표현을 쓴다. 경기도가 가진 이런 무게감 때문에 도지사는 전부터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불렸다. 매번 대통령 선거마다 경기도지사는 대권 후보로 손꼽혔고 줄줄이 역대 도지사들이 대권에 도전해왔다.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새 역사를 써야하는 경기도지사의 자리가 시시콜콜한 농담에 대상이되고 한낮 술자리의 안주만큼 자주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소설 제목이 떠올랐다. 경기도지사가 가진 이름의 무게를 우리 모두 되뇌어 봐야할 시점이다.

문완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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