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조5천억 원에 이르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불발됐다.

2일 국회에 따르면 당초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이날까지다. 헌법에는 회계연도 개시일 30일 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여야는 예산안을 두고 정쟁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시간을 끌다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다.

여야는 합의를 통해 교섭단체 3당 정책위의장과 예결위 3당 간사들로 구성된 ‘2+2+2’형태의 비공식 협의체로 심사를 지속했다. 정부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기더라도 여야가 합의만 하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국회 심사를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통한 정상적 절차가 아닌 소수의 인원들끼리 예산안을 주무르는 ‘밀실심사’방식이다. 소소위는 국회의 공식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이 언론 등에 공개되지도 않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소소위 논의 자체도 산 넘어 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 2일)이 휴일인 만큼 3일에만 의결해도 사실상 시한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당일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도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2일이 법정 시한이긴 하지만 일요일이어서 3일까지 시한이 된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하루 이틀 늦어질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늦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집중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예산안을 깎는 심사는 마쳤다곤 하지만, 일자리 지원금과 남북 경제협력 기금 등 여야가 맞서는 쟁점 사안 240여 개는 뒤로 미뤄놨다. 증액 심사는 시작도 못 했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협상을 통한 예산안 심사 시한 연장과 정기국회 종료일인 7일 처리를 요구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혁 등 현안을 예산안과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렵게 마련된 시간 동안 밀실·깜깜이 예산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예산안에 국회 제출된 뒤 4조 원에 가까운 세수결손이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수정예산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여야 간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예산부수법안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합의했던 12가지 합의사항, 선거법 문제도 들어있다”며 “정기 국회 내 모든 법안들과 예산들이 같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3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해 1일 0시 자동부의된 예산안과 부수법안(정부제출 17건, 의원발의 11건)을 원안대로 상정하고, 안건을 계류시킨 상태에서 여야 협상 타결을 기다릴 전망이다.

문 의장은 성명을 통해 “국회 선진화법에서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12월1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도록 한 것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12월 2일 법정시한 준수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라다솜기자/radasom@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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