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께 고양시 백석역 인근 한 사거리. 전날 발생한 지하배관 파열사고 현장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김동욱기자/
5일 오전 11시께 고양시 백석역 인근 한 사거리. 전날 발생한 지하배관 파열사고 현장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김동욱기자/

5일 오전 11시께 고양시 백석역 인근 한 사거리.

전날 발생한 지하배관 파열사고 현장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도로를 지나 인도까지 침범한 지반 붕괴 현장은 지하에서부터 솟구쳐 오른 토사로 엉망이 돼있었고, 구멍 안에서는 여러명의 인부가 배관을 용접하는 복구작업에 한창이었다.

일대 인도와 도로는 조금 전까지 비라도 온 것 같이 지면이 축축했고, 지나는 시민과 주변 상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복구작업현장을 팔짱을 끼고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 41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한 도로에 매설됐던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 지하 배관이 파열되고 사고가 발생했다.

2.5m 높이의 지반을 뚫고 치솟은 100도의 끓는 물은 순식간에 주변을 덮치며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

이 사고로 송모(68)씨가 전신 화상을 입고 숨졌으며, 시민 40여명이 화상 등 중경상을 입었다.

현재 병원으로 옮겨진 40여명의 시민 중 2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나머지는 가벼운 경상을 입은 상태다.

또 현장 활동중이던 소방대원 2명도 발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경상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45)씨는 “갑자기 창문밖으로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됐다. 잠시후 사람들이 가게로 뛰어 들어왔고, 연기가 펄펄나는 뜨거운 물이 신발장까지 찼다”며 “너무 무서워 가족들에게 전화까지 했고 이후 물은 한시간이 지난 후에야 빠져나갔다”고 아찔했던 사고 순간을 회상했다.

당시 이곳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혼비백산하며 주위 건물로 피신했지만, 뿜어져 나오는 물은 1층에 위치한 상가로까지 들어와 시민들이 피해를 입혔다.

특히 온 동네가 온수로 인한 연기(증기)로 가득차 바로 앞 1m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화를 입을수 밖에 없었다.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백석역 인근 왕복 4차선 도로가 파손됐으며 인근 4개 아파트단지 2천861세대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난방 중지와 올해 첫 한파주의보까지 겹치며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룻밤을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중단됐던 난방과 온수공급은 5일 오전 7시 55분께부터 임시복구됐지만, 완전복구까지는 4∼5일 더 걸릴 전망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재준 고양시장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합당하고 빠른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원인자인 지역난방공사와 피해자 간 보상관련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사망자 장례절차 진행 및 화상 피해자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난방공사와 적극 협력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겠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한편, 지역난방공사와 하청업체 관계자를 조사 중인 경찰은 향후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과실이 있는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김동욱기자/kdw0379@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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