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통기관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열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최근 3주간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서 사고와 고장이 10건 이상 일어났다. 엊그제 8일에는 2건의 사고가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났다. 오전 6시 49분경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대구역에서 선로에 멈춰 승객들이 다른 열차로 옮겨 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오전 7시 40분경에는 강릉을 떠난 지 5분 만에 KTX가 탈선했다. 객차 곳곳에서 승객들의 비명과 기울어진 벽면을 짚고 탈출하느라 아비규환이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승객과 직원 15명이 부상을 입었지만 승객들이 느낄 불안 증세는 상당히 지속될 것 같다.

만약 속도가 높은 구간이었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을 상황이었다. 기관차를 포함한 1, 2호 열차는 탈선하면서 Z자 형태로 꺾였고 선로 역시 종잇장처럼 찢겨져 사고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국토부는 위기 단계를 경계단계로 격상하고 상황실을 운영하며 사고 원인 조사 등 긴급 대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인력을 총동원하여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사고 현장에서 대피한 승객들은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고 후 코레일 측의 대처가 무성의하고 미비했다는 지적이다. 승객들에게 구체적인 사고 내용과 추정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고, 대피방법이나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주도적으로 설명한 직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문자로 승차권 운임 환불과 진료 등에 관해 승객이 스스로 문의해달라는 내용뿐이었다. 경황이 없었을 상황이지만 그래도 충격을 받은 승객들에게 사고내용과 후속 조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성의를 보여야 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이른 아침 승객들이 겪은 이중고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코레일 열차의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열차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안전불감증의 만성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코레일이 앞선 사고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비상 안전 경영기간으로 정해 긴급점검과 안전교육을 하던 중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사고 원인을 단순히 기온 탓으로 돌리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안전점검 인력이나 현장의 안전시설물 점검 작업원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문제 파악이 급선무다. 가뜩이나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든든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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