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거울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고전적인 철학적 경구(警句)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델포이(Delphoe) 신전 입구에 있었다는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일 것이다. 이런 비유나 표현들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는, 마치 거울처럼 자신을 살필 수 있다는 가치의 유효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대는 보는 시대다. 이미지의 시대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글자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텍스트를 보는 일에 지겨워한다. 텍스트는 이미지 전성시대인 현대에 최소한의 기능을 한다. 문자 텍스트는 이제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쯤으로 그 역할을 제한 받는다는 뜻이다. 오늘날 인간은 더 이상 철학적, 논리적 사유 앞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반응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간은 원초적으로 보는 것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심지어 모든 대상을 내적으로 평가하므로 그 대상에 대한 행동화, 시각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BTS(방탄소년단) 신드롬은 한국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어떤 대중음악 평론가가 BTS열풍을 설명하기를, 그들이 인종과 문화권을 불문하고 한국적 대중음악으로 세계의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비결 중에 하나는 청각적 요소 보다 시각적 요소 때문이라는 평가를 했다. 그들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음악에는 서구 음악 장르인 팝(Pop)과 한국의 전통적인 장단이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음악세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인기 비결은 자유분방한 의상과 무대 디자인, 그리고 빠르지 않지만 우아한 퍼포먼스로 표현할 수 있다. 그들의 인기 비결 중 또 다른 하나는, 익숙한 멜로디나 자극적인 가사보다 이국적이며 동시대적인 인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이미지의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빛의 작용이다. 우리는 흔히 색이 물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색이 빛에 있다는 사실은 뉴턴(Newton)이 태양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무지개 색으로 나뉜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처음 발견했다. 즉, 빛에는 다양한 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색의 원천은 곧 빛에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빛을 이용한, 그리고 빛의 덕분에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누리며 살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 빛에 의하여 반사되는 빛의 성분으로 형성된, 다양한 색조로 말미암은 시각계를 형성하는 현상 앞에서 새로운 시대성, 새로운 사회성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보기 좋아야 시선을 끈다.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음을 멈추게 한다. 이 말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보기에 좋아야 하고,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관계성을 매우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요즘 중년 남성들은 더 이상 강한 향(香)의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자신을 화사하고, 당당하게 나타내는 것을 선호한다. 요즘 중년 여성들도 탁하고 어두운 색상의 옷 보다, 밝고 자신감 있는 색조화장과 화려한 액세서리를 선호한다. 이것은 더 이상 진한 향(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당당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심리학이 학자들의 연구실에만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거리로 나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선택한 색깔이 세상에 말을 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는 뜻이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를 추구하므로 일상의 과잉에 매몰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을 통한 느림의 미학과 철학을 제안하고 싶다. 테야르 드 샤르뎅(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은 말하기를 “무엇보다, 포도나무를 정성껏 돌보는 농부처럼 진득하게 일하는 하나님의 역사를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프랜치스코(Pope Francis) 교황은 말하기를 “우리는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전모(全貌)를 보려고 안달이 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우리에게 자신을 보여주십니다.”고 말했다.

이미지의 시대, 그것은 현대인들이 바라는 여유와 진지함, 그리고 정직함을 추구하게 하는 심리학적 요청을 함의하는 문화 현상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잃어버린 ‘관찰과 돌봄’이라는 인간의 태생적 경작의 가치를 회복해야 하겠다. 우리 사회는 이런 선한 가치들이 가득할 때 바르게 경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듯,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서로에게 서로를 보여주는 문화적 가치가 필요하다. 인간은 보여주고, 봄으로 나를 형성해 가는 공동체적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선하게 보자. 그때 우리의 눈동자에는 어느덧 평화와 사랑이 드리워진 인상(印象)이 새겨질 것이며, 동시에 그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 흩어놓게 될 것이다.

차종관 목사(세움교회)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