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사진=장환순 기자
김태오. 사진=장환순 기자

“반드시 살아남아야죠.”

kt wiz 좌완 김태오(21)의 올해 목표는 1군 무대를 밟는 거였다. 2016년 2차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41순위로 입단해 줄곧 2군에서 기량을 끌어올리던 그는 마침내 지난 9월 뜻을 이뤘다. 한화(9월 6일)를 상대로 “심장 떨리는 첫 경기”를 소화했고, 이틀 뒤 넥센전에서는 4.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처음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차례(21이닝)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다. 많은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다.

일본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휴식 중인 김태오는 10일 인터뷰에서 “이젠 1군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태오. 사진=kt wiz
김태오. 사진=kt wiz

생존을 위해 택한 건 주력 구종 늘리기. 그동안 직구와 커브를 주로 던진 김태오는 마무리훈련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연습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단조로운 구종으로는 1군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 시즌 구사한 체인지업은 위력적이지 않았다. 김태오는 “1군은 확실히 달랐다. 타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부담을 주려면 다른 구종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아직 실전에 써먹을 단계는 아니다. 그는 “체인지업은 훈련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이제 첫 발을 뗀 수준”이라며 “스프링캠프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 좋은 습관도 하나 둘 고치고 있다. 김태오는 “투구 폼에 굉장히 예민했다. 구위가 좋지 않으면 그 이유를 자세에서 찾곤 했는데, ‘자세보다는 마음가짐과 멘탈에서 문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박승민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구는 안양 연현초 4학년 때 친구 최원준(KIA)을 따라 시작했다. 중학생 때까지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서울고에 진학한 뒤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고3 투수가 부족해 일찌감치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태오는 “왼손 투수 자원이 부족하던 때였다. 그저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kt 입단 후 “3년 안에 1군에 올라가겠다”고 다짐한 김태오는 3년차에 접어든 올해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훈련 중 어깨에 통증이 생기면서 캠프를 마치지 못하고 귀국했다. 지난 7월에서야 실전 피칭을 했을 정도로 재활이 더뎠다고 한다. 김태오는“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어깨가 아픈 적은 처음이었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며 웃어보였다.

김태오. 사진=kt wiz
김태오. 사진=kt wiz

김태오는 다음 시즌 한 단계 도약을 꿈꾼다. 그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꾸준히 1군에서 등판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오의 메신저 메인 화면에는 첫 승 기념구 사진과 함께 '한걸음'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장환순기자/janghs@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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