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한 요양원 앞에 위치한 요양사들의 농성천막. 사진=양효원기자
성남시 한 요양원 앞에 위치한 요양사들의 농성천막. 사진=양효원기자

“몸이 추운 것보다 마음이 추운 것이 더 큽니다”

12일 성남시 한 요양원과 경기도교육청 앞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전기장판과 이불에 의존한 채 생존권 보장을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적게는 10여 일, 많게는 150여 일 동안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식사와 화장실 문제가 제일 난감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컵라면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세면을 해결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주말 찾아왔던 한파에 천막 안 노동자 중 일부는 독감에 걸려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이날 찾은 성남시 한 요양원 앞 천막에는 6명의 요양사가 이불 한 장을 나눠 덮은 채 노조 가입을 이유로 요양원을 강제폐원한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었다.

154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요양사 A씨는 “사실 농성이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벌써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 참 슬프다”고 말했다.

2평 남짓한 천막 안에서 바닥에 깔린 전기장판과 이불 한 장이 추운 날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요양사들에게 온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지만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12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효원기자/
12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효원기자/

같은 날, 도교육청 앞에도 2개의 천막이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며 2018 직종별 임금교섭 요구안 수용을 외쳤다.

도교육청 현관 앞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천막 안에는 3명의 노동자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외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B씨는 “밤에는 특히 추위가 더 강해져 더 힘들다”며 “잠결에 이불 밖으로 손끝만 나가도 너무 시려워서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로 둘러싼 천막 안에는 전기장판과 이불, 온열기기 등이 있지만,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이른 아침과 밤의 추위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맞은편 교육공무직본부 천막 안에는 2명의 노동자가 교육공무직의 예외 없는 무기직 전환을 외치며 이불을 덮은 채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천막 안에 있던 C씨는 “저녁에는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물 마시는 것조차 조심스럽다”며 “하나뿐인 가스난로는 냄새가 심해 밤에 끄고 잘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찬 바람이 스며드는 천막 안에서 가스난로와 전기장판이 추위를 물리치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겨울 한기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추위보다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생존권을 지켜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걱정이라는 노동자들은 몸의 추위보다 마음의 추위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천막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양효원기자/y817h@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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