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의 15층 건물이 붕괴 위기에 놓여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는 긴급 안전진단에 나서 이 건물에 대해 가장 낮은 E등급 조치를 내렸다. E등급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로 모든 입주민들에게 철수·퇴거 조치가 내려졌다. 대부분 업무용 오피스텔에 지하에는 상가가 입주해 있는데 한 겨울 갑작스런 퇴거 조치에 사무실 집기 등을 옮기느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판명 받았던 건물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은 그동안 안전점검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 건물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2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작업자가 발견하고 신고하여 이루어졌다. 만약 그대로 방치된 채 사용을 계속했다면 끔찍한 대형사고가 날 뻔 했다. 한 눈에 보더라도 벽면에 균열 조짐이 드러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기둥의 철근을 둘러싼 피복콘크리트가 벗겨져 철근이 드러나 있는데 중앙 기둥 단면의 20% 가량이 훼손된 상황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탈락되면 철근을 보호하지 못해 철근에 녹이 슬어 붕괴가 가속화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철근 보강 작업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건물은 1992년에 준공되어 30년이 채 안 된 건물인데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것은 시공 당시의 부실이 의심되고 있다. 사각으로 설계된 중앙 기둥이 원형으로 시공되었다는 점, 1·2층의 피복콘크리트 두께가 다른 점 등 설계와 다른 시공이 그대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점검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행법상 16층 이상의 건축물부터 감독관청의 안전등급 확인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 건물은 15층이어서 건물주가 안전점검의 책임자다. 이 오피스텔의 건물주도 2년에 한 번씩 자체적으로 안전 검사를 했고 몇 달 전에 진단을 했지만 문제없다는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15층 이하 건축물의 안전진단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한 층 차이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건축물이 전국적으로 수두룩한 것이다. 지난 9월 상도유치원이 붕괴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부실설계와 시공에 대한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지만 결국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는 상태다. 부실설계와 시공이 관행적으로 통과되고, 감독관청의 안전점검조차 육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건축물에 대한 정밀 안전점검이 긴급한 상태다. 삼풍의 악몽이 떠오르며 언제쯤 우리 사회 곳곳에 부실과 무원칙, 비리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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