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희동상<br>
신익희동상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세

본지에서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 독립운동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31개 시·군에 서려있는 항일 유적지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꽤 자세히 다뤄져왔다. 이번 글은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3.1운동에 내포된 정신을 전달·교류·계승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19년인 내년은 3.1운동이 있었던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백(一白)년을 각별히 기념하는 이유는 어떤 사건이나 인물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내년에 맞춰 3.1운동 정신을 다시금 상기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다. 대통력 직속으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으며, 각 지방자체단체도 각자의 추진위원회를 꾸려 내년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3.1운동을 활용한다는 것은 그리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볼 때 ‘3.1운동’과 ‘활용’이란 단어가 유리(遊離)되어 보이는 만큼, ‘3.1운동 활용’은 복잡한 과정과 깊은 탐구가 요구되는 일일 것이다. 본 글에서는 3.1운동을 “왜”, “무엇”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운형생가터<br>
여운형생가터

경기도 3.1운동, “왜” 활용할 것인가

본 글은 경기도 3.1운동을 “왜” 활용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대상인 “무엇”과 방법인 “어떻게”에 앞서 정신(가치)인 “왜”를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철저히 계산적이다. 필자는 3.1운동을 활용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먼저 천착(穿鑿)되어야 할 것은 바로 그 안에 서려있는 정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1919년 3월에서 4월까지 경기지역에서는 약 225회(17만여 명 참여)의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 3.1운동은 당시 우리 민족을 부당하게 억압하던 일제에 항거하여 민중들이 주체적으로 벌였던 투쟁이다. 또한, 강제로 부절당할 위기에 놓인 우리 역사에 표방한 자기현시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진행된 경기지역 3.1운동에는 다양한 가치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를 정돈하면 ‘자기희생 정신’, ‘인간성 회복’, ‘민족 정체성 확보’, ‘강압하는 타자에 대한 항거’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다시 전 인류가 공감하는 보편집단적 무의식인 ‘숭고성’, ‘인간성’, ‘생존성’, ‘저항성’ 등과 연결된다.

따라서 3.1운동에 서려있는 정신이 지역적 특수성과 밀접히 결합한다면 도시 구성원에게 강렬한 공감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편성을 보다 강조한다면 윤리적 가치관과 연결되어 전 인류에 넓게 전달·교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이포헌병주재소터<br>
이포헌병주재소터

경기도 3.1운동, “무엇”으로 활용할 것인가

2017년 9월 경기도에서 발간한 ‘경기도 항일독립운동 문화유산 실태조사 보고서’는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약 10년 전 국가보훈처와 독립기념관에서 조사한 항일독립운동 사적지의 현황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각 항일 유적의 활용 가능성을 가늠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은 앞서 살펴본 정신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인 항일 유적을 유형별로 정리하였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 활용이 가능한 항일 유적은 총 219개소이며, 이 중 3.1운동과 관련된 곳은 약 110개소에 달한다.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항일 유적 219개소 중 건조물(생가·종교시설·학교 등) 38개소, 터(일제강점기 당시 건조물이 있었던 곳)와 지(특정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 181개소가 조사되었다.

그리고 지역별로는 경기 남부에 65개소, 북부에 55개소, 서부에 54개소, 동부에 45개소가 소재한다. 도시별로는 화성시가 29개소로 가장 많고, 안성시와 용인시가 각 20개소, 이천시가 15개소로 뒤를 잇는다.

건조물에 비해 터·지가 많은 이유는 과거 근대 산출물을 문화유산으로 보는 인식이 약하던 시기, 도시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건조물이 다수 멸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도시별 차이는 첫째 일제강점기 당시 주요 관공서나 인구가 집약되었던 지리적 차이와 둘째 지역사 연구 정도 때문이라 사료된다.

정리하자면, 경기도 항일 유적 총괄 조사를 통해 도내 항일 유적 목록화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그중 상당수가 3.1운동 관련 유적지이다. 1919년 당시 경기지역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치열하게 진행된 만큼 그 증거물 또한 많이 확인되는 바이다.


 

제암리교회터<br>
제암리교회터

경기도 3.1운동,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3.1운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란 물음에 직답(直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간 다양한 형태로 여러 차례 활용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활용하는 방식은 문화플랫폼(文化-platform)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다. 문화플랫폼은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의거 세분이 가능한데, 법조문 안에 제시된 문화산업 구분 중 중복되는 부분의 첨삭을 거치면 대략 축제·영상·출판·전시·교육·공연·캐릭터 등으로 정리된다.

먼저 터·지는 축제의 주요 공간으로 활용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때 대단위 시민이 참여하는 행진의 대상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1운동 관련 책자를 발간할 시 대중들의 흥미를 끌만한 주요 항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육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답사 행사에서 경유지로의 역할도 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에는 멸실되었지만, 때에 따라 건조물을 재현하거나 기념비·안내판을 제작하여 당시 분위기(aura)를 재발현하는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건조물은 터·지에 비해 적은 수가 남아 있지만, 그 활용 가능성이 직접적이며 보다 충만하다. 이때에는 파사드(fasade) 보존의 관점에서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며 내부의 적당한 변화를 기해 전시관·박물관·공연장·기념품 판매점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겠다. 더불어 축제·교육 행사의 거점으로의 활용 또한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터·지는 축제·출판·교육의 주요 거점으로의 활용이 기대되며, 건조물은 전시·수장(收藏)·공연 장소로의 활용 가능성이 충만하다.



3.1운동 정신의 전달·교류와 계승

앞서 살펴봤듯이, 경기도에는 총 219개소의 항일 유적이 남아있다. 그중 110개소는 3.1운동과 관련된 것이다. 해당 건조물과 장소를 중심으로 한 활용방법이 다양하게 기획될 수 있으며, 적용된 각각의 문화플랫폼은 서로 연계되어 그 파급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1운동에 생래적(生來的)으로 내포된 정신이다. 주지하듯이 3.1운동에는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집단적 무의식인 숭고성·인간성·생존성·저항성이 담겨있다. 이는 도덕적 사회를 지향한다면 어느 곳이라도 지표로 삼아야 할 윤리관과 연결되기 때문에 영속적인 가치를 갖는다.

내년 100주년인 3.1운동을 준비하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분주하며, 기념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이 수립 중일 것이다. 이 글에서 궁극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바는 3.1운동 활용을 기획하는 데 있어 “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럴싸한 장소에 많은 인원이 군집하는 행사를 운영하는 데에만 경도(傾倒)되어서는 아니하며, 국민들이 공유하여야 할 3.1운동 정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세대에 계승하여야 할 3.1운동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창희 안양시청 주무관, 한국외대 글로컬창의산업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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