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교 중간고사 성적 100% 8개교 80% 인정… 형평성 제기
인천시교육청, 법정전염병 아니라 뒷짐

인천지역 학교가 독감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학교마다 결시생의 성적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독감에 걸려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의 내신 성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교는 이전 시험 성적을 100% 반영해주는 반면, 일부는 80%만 반영하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1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새 인천지역 독감(의심)학생은 5천36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953명)에 비해 약 2.7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불과 지난주에만 306개교에서 4천825명이 독감으로 의심되면서 한 학교에서만 60명 가까이 전염되는 등 전년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숫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르게 퍼지는 독감 유행과 학교 기말고사 시기가 맞물렸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학교에서 독감으로 시험을 보지 못한 학생에 대해 중간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재산정해 기말고사 성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그 인정점이 학교 재량에 맡겨져 있어 학교에 따라 제각각인 상황이다.

인천지역 중·고등학교 30곳에 직접 인정점을 확인해본 결과, 이 중 22개 학교가 독감으로 인한 결석생에 대해 중간고사 성적을 100% 기말고사에 일괄 반영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한 학교만 시험별 평균 점수와 난이도를 고려해 과목마다 반영비율을 달리한다고 답했고, 나머지의 경우 중간고사 성적의 80%를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인정점에 대한 불만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학부모 김모(49·여)씨는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입시와 내신 성적이 연결되기 때문에 1점이 아쉬운 상황”이라며 “학교에서 성적을 80%만 인정해주다보니 아이가 독감에 걸려도 편히 쉬지 못하고 학교에 나가 시험을 봐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간고사 성적을 100% 인정해주는 학교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한다며 학생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최근 독감 의심 환자로 분류된 임모(17·여)양은 “자습 시간에 기침을 했더니 ‘너는 중간고사를 잘 봤으니 기말고사에 안 나와도 되겠다’는 핀잔을 받았다”며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기말고사 성적을 거저 받으려고 일부러 독감에 걸린 게 아니냐’는 말을 들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가 혼란을 겪고 있지만 시교육청에서는 독감이 ‘법정 전염병’이 아니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행 ‘학업성정관리시행지침’에는 법정 전염병에 대해서만 인정점을 100%로 하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독감에 따른 인정점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간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교육청 차원에서 관리지침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조윤진기자/koala0624@joongboo.com

연합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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