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에서 촉발된 성폭력 폭로 이후 또다시 전 유도선수의 코치에 의한 성폭행 폭로가 나왔다. 체육계 미투가 빙상계를 넘어 전 체육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코치에 의해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 코치는 미성년자인 신 씨를 숙소나 모텔로 불러내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신 씨가 이 사실을 알리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만류하기에 급급했고, 미투 이후에도 유도계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오히려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면 아래 있지만 여러 종목에서 성폭행 피해가 암암리에 퍼져있는 상태다. 선수들은 폭행을 당하고도 국가대표나 국제대회 메달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선수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코치진의 말에 거역하거나 반항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게다가 이런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곳도, 도움을 받을 곳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체부에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있고, 대한체육회에 클린스포츠센터와 스포츠인 권익센터가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나 지도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설사 안다고 해도 선수보다 코치나 감독의 편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 사이트를 통해 접수된 성폭력 신고가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건에 불과한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스포츠 강국이라는 명예 뒤에 이처럼 폭력과 억압이 일상화되고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금메달과 1등을 위해 젊은 선수들의 인권과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것은 이 부분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이 후진국이라는 증거다.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에 쇄신책을 당부했고, 성적 향상이나 국제대회 메달을 이유로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우리나라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하여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고, 동메달만 따도 행복해하는 외국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자주 봐 왔다. 그 이면에 성적지상주의를 내세워 선수들을 억압하고 폭력을 행사한 협회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다. 학생 선수들에게 학업은 등한시하고 오직 운동에만 몰입시키는 현재의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정상적인 학교 수업과 다양한 열린 길에 대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지금이 체육계 미투를 통해 체육계를 쇄신할 중요한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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