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학들의 비리가 미투에서 출석 특혜로까지 그 껍질이 벗겨지고 있다. 지방정부의 시장에서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에 이르기까지 대학에서 출석 특혜를 받아 졸업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학사 학위가 취소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이 같은 내용의 대학비리 실태조사 결과는 사실상 그간 쉬쉬하던 일들이다. 당장 생각을 해도 수백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학교로 통학을 하는 일이 쉬워보이지 않아서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들을 상상해 보면 그 바쁜 시간에 수강과목을 모두 듣는다는 것 역시 상상이 안가는 일인 탓이다. 이번 조사 결과도 그렇다.

동신대를 졸업한 김상돈 경기 의왕시장 역시 이번 조사결과로 학점 및 학위가 취소됐는데 김 시장이 동신대에 재학한 2005, 2006년 의왕시의회 의정활동 기록과 수업계획서를 통해 김 시장이 제대로 출석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된 연유에서다. 그래서 교육부는 동신대에 기관 경고 조치하고 강의 담당 교원 등 20명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전 멤버들도 동신대에 입학했지만 방송활동을 이유로 수시로 수업에 빠져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학교를 무사히 졸업했고 이 모든 일은 학교의 묵인하에 출석 특혜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출석 특혜에 관한 민낮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가관이었다. 교육부의 조사 과정에서 동신대 방송연예학과와 실용음악학과 교수들은 ‘방송활동을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학과 내부 방침에 따라 연예인의 출석을 인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세부 학칙 확인 결과 ‘출석 사항을 학과별로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학사행정을 드러냈다. 교육부의 대학에 관한 지원으로 대학은 알다시피 교육부의 엄정한 잣대에 떨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면 문제다. 물론 이들 모두는 학점 인정이 무효화되면서 취득한 학위가 취소됐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이와 유사한 경우가 어디서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당장 이들이 고졸 신분으로 돌아갔지만 이렇게 유명인사들을 원하는 대학들이 여전히 많아서다.

이제 우리 사회가 학벌과의 고리도 끓을 때가 됐다. 독일이나 다른 선진국의 그것처럼 대학을 안 나와도 얼마든지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대학졸업에 목을 매 봐야 취직도 석박사로 연결도 어렵다.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상식적으로도 주거지와 수 백km 떨어진 곳에 소재한 학교를 통학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늘 학점과 학위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한 학교에서 수 백명씩을 부정입학 시킨 곳도 있었다. 이렇게 졸업장을 파는 학교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은 넘쳐나고 학생이 모자라는 형국이다. 어려운 때는 말 하기조차 힘들다. 지금이 그렇다. 빠를수록 좋다. 추리고 추려서 제대로 된 상아탑의 면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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