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넘어진 뒤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이 힘들어보인다며 어머니를 모시고 자녀분이 있었습니다. 부모님들 중에는 중년 이후 환자에게 흔하게 보이는 어깨 통증을 오십견으로 지레짐작하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겠지’하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 없이 통증처럼 눈에 보이는 증상만을 치료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숟가락질이나 머리감기 등의 필수적인 일상활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자녀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어깨 관절은 인체에서 유일하게 180도 이상 회전이 가능한 관절로, 운동 범위가 넓지만 구조가 불안정해 손상이 많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흔히 알려진 오십견(어깨 관절의 염증)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의해 어깨 관절 운동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회전근개 질환, 석회성건염, 퇴행성 관절염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회전근개 질환에는 충돌 증후군, 회전근개의 염증, 회전근개의 파열 등이 있는데 중년 이후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감싸고 팔을 들어올리는 4개의 힘줄을 말하는데 이 힘줄에 변성이 일어나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방치했을 때는 힘줄이 끊어져 버리는 회전근개 파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회전근개 질환은 오십견 등의 단순 질환과는 달리, 극심한 통증은 없이 뻐근하고 불편한 근육통 정도의 증상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어서, 방치되기가 쉽습니다.

회전근개 질환을 방치하면 어깨 통증은 물론 등과 목 주변이 뻣뻣하게 근육이 뭉치는 듯한 증상이 있을 수 있고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통증과 함께 힘이 빠지는 듯한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어 옷을 갈아입는 등의 팔을 쓰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게 됩니다. 회전근개 파열의 초기에서는 관절경 수술을 통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관절병증을 동반한 힘줄 파열 마지막 단계에서는 관절경 수술이 불가능하여 인공관절 치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어깨 통증의 빈도나 강도가 심해졌다면 단순히 노화, 과사용으로 인한 것으로 여기고 주사만을 맞으면서 방치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환자의 상태에 맞게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박성범 이춘택병원 제3정형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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