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새 미사일방어 보고서…우주공간서 요격 강화 연구·투자 권고
韓 도입되는 F-35 통한 요격·단거리미사일 활용·사드 재배치 등 제시
트럼프 "어떤 미사일도 탐지·파괴할 것"…중·러 군비경쟁 가속 우려

지난해 12월 발사된 이지스 미사일 방어시험시스템. 사진=AP연합
지난해 12월 발사된 이지스 미사일 방어시험시스템. 사진=AP연합

미국이 17일(현지시간) 우주 공간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발표했다.

기존의 미사일 방어전략이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적의 미사일을 더욱 신속히 탐지하고 요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 센서층과 요격 무기를 설치, 미사일 방어체계를 증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이발 발표한 새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에서 우주 공간에 요격기를 배치하는 것을 포함한 실험적 기술에 대한 연구를 권고했다. 또 우주 공간에 미사일 탐지와 추적을 위한 센서 배치에 대한 투자도 요구했다.

조기경보 능력과 이를 통한 요격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지상발사 미사일 요격 기술은 발사된 미사일이 대기권을 날아갈 때 탄두를 맞춰 떨어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를 발사단계(Boost Phase)에서 타격함으로써 방어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려 요격에 유리하다.

미국이 당장 새로운 미사일 방어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 같은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향후 실행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새 미사일 방어전략을 내놓음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이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이 검토했던 '스타워즈' 구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밝힌 '우주군 창설'과 함께 "냉전(Cold War) 노선을 채택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새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처음 나온 것이다. 당초 지난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미뤄져 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보고서에서는 새로운 개념의 미사일 방어개념에 더해 기존의 전략자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적이 크루즈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부스트(상승) 단계'에서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동원해 탐지, 요격하는 개념도 포함됐다.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F-35는 한국에도 도입되는 기종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총 40대의 F-35를 주문했으며 이 가운데 2대가 오는 3월 말 한국에 들어온다.

미국 레이시온사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이 공동개발 중인 단거리 미사일 'SM-3 블록 IIA'로 ICBM을 요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미국은 2020년에 이 미사일로 ICBM 요격 실험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하와이 카우와이의 지상 배치형 이지스 시스템인 '이지스 어쇼어(Aegis Ashore)' 미사일 방어 시험센터를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실제 작전 운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무인항공기(UAV)에 레이저를 장착, 부스터 단계의 적 미사일을 파괴하는 기술개발 방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나 'SM-3 블록 IIA'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미 해군의 이지스함 재배치 방안도 각각 포함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새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 발표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는 미국의 모든 도시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모든 형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
1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새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MDR) 발표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는 미국의 모든 도시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모든 형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목적은 단순하다. 언제, 어디서든 미국을 겨냥해 발사된 어떤 미사일도 탐지, 파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모든 도시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모든 형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탄도미사일을 넘어서는 미사일 방어에서 포괄적 전략이 부족했지만, 새 계획에서는 달라질 것"이라며 "크루즈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어떤 미사일 공격도 방어하기 위해 우리의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보고서에서 북한, 이란, 러시아, 중국의 '진보하는' 미사일 능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과는 평화로 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이제 존재한다"고 현재의 협상 모드를 거론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을 "특별한(extraordinary) 위협"으로 평가하고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 워싱턴DC를 방문하는 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에 대해서도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전략적 반격' 열망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배치로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대규모이고 정교한 러시아와 중국의 ICBM 위협에 대응해 미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 '억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러시아나 중국 등과 같은 주요 핵강국에 의한 미 본토 선제타격에 대응할 미사일 방어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신형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요격이 불가능한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미사일방어망을 무력화할 극초음속 무기와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연합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