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직장에 양육비 청구 가능하지만 무직이면 불가… 재산 숨기면 막막
주소지 다르면 감치명령도 못해… 한부모, 재판에 이겨도 이중 피해

자녀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부모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 이를 저버린 채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인 '한부모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육비를 안주는 부모들의 명단이 '배드파더스'라는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이혼 후 자녀가 성년이 될 때가지 월 100만 원씩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겨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논란에서 그쳤다. 양육비를 실질적으로 지급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는 여전히 허술하기만 하다. 이에 본보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이를 구조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②허점 투성인 양육비 지급 보장법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자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한부모가정이 허술한 법적 절차로 인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양육비채무자가 현행법의 허술함을 이용, 재산 등을 은닉하거나 숨어 버려 피해자가 여러 차례의 소송을 거쳐 '법대로' 승소 판정을 받더라도 실제론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21일 여성가족부, 양육비이행관리원, 법조계 등에 따르면 양육비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한부모가정은 현행법상 ▶양육비 직접지급 명령 ▶담보제공 및 일시지급명령 ▶이행명령 및 감치명령 등의 절차를 따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 모두 '배드파더스'들에겐 빠져 나갈 구멍 투성이다.

법원은 가사소송법에 따라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을 내려 양육비 채무자가 근무하는 직장에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채무자가 개인사업자나 무직이면 불가능하며, 회사로 통지서가 오면 채무자가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는 상황이다.

법원에서 제기하는 각종 이행명령에 대해서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법원은 양육비채무자에게 담보 제공이나 양육비 제공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채무자들은 이를 위반할 경우 발생하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는 떠안으면서 양육비는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더욱이 이 같은 이행명령 결정은 법원이 '직권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법원은 피해자의 재신고가 들어와야 이행하는 실정이다.

양육비를 3달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최대 30일 동안 구치소 등에 가둘 수 있는 감치 명령도 채무자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감치명령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같을 경우만 가능하다.

법원은 주소지가 다를 경우, 실무관행으로 감치명령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배드파더스들의 위장전입은 비일비재한 사례가 됐다.

또 감치 집행 유효기간은 3개월에 불과, 채무자가 해당 기간 내에 잠적하면 감치할 수도 없다.

경기 지역에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는 우원상 변호사는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버텨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계에 바쁜 양육자가 제풀에 지치도록 하는 악질 채무자가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신경민기자

사진=연합뉴스TV(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연합뉴스TV(기사와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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