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지자체 행정업무 경계모호… '사회소통·치안공백' 의견 엇갈려

"경찰이라면 치안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범죄자만 잡는 경찰은 옛말이죠. 환경미화를 하고 홀몸노인을 돌보는 일도 경찰의 역할입니다."

수원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A경장은 의아했다.

현장 치안을 책임지는 일선 경찰에게 고장난 가로등 개수를 파악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정공무원이 담당해야 할 업무였지만, A경장은 골목 곳곳을 돌며 불이 들어오지 않는 가로등을 체크했다.

반면, 경기지역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B과장은 시청에 보낼 서류 정리에 정신이 없다.

CCTV설치, 가로등 정비 등 경찰과 지자체가 협업하는 일이 많아져서다.

B과장은 자치경찰제도 시행되는 만큼 지역경찰의 활동 영역은 보다 넓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경찰과 지자체, 시민사회가 함께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공동체 치안'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본연의 업무를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과거 범죄자를 쫓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협의하는 공동체 치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치안업무와 지자체 행정업무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경찰 내부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한 편에서는 경찰이 지역사회와 관련된 행정 업무를 병행할 경우, 긴급출동 시 치안공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또 공동체 치안은 실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적주의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편에선 경찰의 폭넓은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골목 가로등을 확인하고, 범죄취약지역을 개선하는 것도 결국 치안을 강화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동체 치안은 경찰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될 목표"라며 "지역경찰과 행정을 담당하는 부서 사이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이것 또한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성욱기자

사진=연합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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