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갈등이 진전 없이 장기전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주 초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장성급 협의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일본은 이를 해소할 실무협의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우리 측 책임만 부각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21일 일본 방위성은 우리 레이더가 초계기를 조준한 근거라며 18초 신호음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를 분석한 국방부는 이 소리가 가공된 소리며 실체가 없는 기계음이라고 반박했다. 정확한 분석을 하려면 주변의 모든 음이 포함된 원음이 필요한데 일본 측이 원음은 제공하지 않고 변형된 일부 데이터만 공개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일본이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한 사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분석 결과 일본 측이 공개한 사진은 1~2km 떨어진 원거리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이미 국방부는 당시 상황과 동일한 조건에서 두 차례 실험하고 각종 자료들을 분석하여 광개토함이 초계기를 향해 추적 레이더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일본에 레이더 주파수의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의 공동 검증을 다시 촉구했다. 문제 제기를 한 측에서 자신들이 수집한 정확한 정보나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서 소모적인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가 2013년 중국과 동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도 거의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 함정이 일본 측 군함과 헬기에 사격통제용 레이더로 조준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일본은 국제사회에까지 문제제기를 하며 책임을 물었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은 일본이 실무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만 보아도 예상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분석을 통해 일본의 주장이 억지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일본이 자신들의 주장에 근거를 대려면 레이더 주파수 공개나 전문가 공개 검증에 응하고 실무협의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모두 거부하고 책임공방만 하고 있는 것은 결국 문제 제기의 배경에 분명한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갈등은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들이 양국 내에서 모두 나오고 있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갈등도 많지만 협력해야 할 부분도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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