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면 주민들 중재안 2개 제시… 전 구간 아닌 일부 지중화 요구
한전 "1천억 이상 추가 공사비 현실적으로 수용 쉽지 않다

23일 오전 안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덕-서안성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원곡면 손전탑 반대 대책위원들과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민규기자
23일 오전 안성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덕-서안성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서 원곡면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들과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민규기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3·4공장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공사가 지역주민들 반대에 부딪쳐 5년째 답보상태인 가운데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이 전 구간 지중화 요구를 철회하고 일부 구간을 지중화하는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1천억 원 이상의 추가 공사비와 공사 기간 지연이 따른다는 이유로 수용에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어서, 5년간 지속된 송전탑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시 원곡면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23일 안성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345kV 고덕∼서안성 송전선로 일부 구간 지중화 요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평택과 용인보다 인구가 적은 안성시를 희생양 삼아 송전탑을 세우려는 것은 한전의 사전 기획된 사업”이라며 “송전선로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역 형평성이나 정당성 없이 안성에만 송전탑을 세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성에는 765kV 1곳 등 총 5곳의 변전소와 송전탑 340여 기가 건설돼 있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그런데도 국내 경제적 여건과 고덕 산단의 삼성반도체 건설의 시급성을 고려해 원곡면 전 구간 지중화 요구를 철회하고 부분 지중화 중재안 2개를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가 제시한 첫 번째 중재안은 원암#2 케이블헤드(지중화 선로를 가공 선로로 바꾸는 철탑)에서 원암#1 케이블헤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까지 총 4.9㎞ 구간 중 지중화 계획이 합의되지 않은 2.7㎞ 구간에 도로를 새로 개설해 도로변으로 선로를 지중화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 경우 도로공사에만 300억 원, 지중화 공사에 900억 원 등 1천200억 원이 추가 투입되는 데다 공사 기간도 지연된다는 입장이다.

대책위의 두 번째 중재안은 원암#2 케이블헤드에서 성주리까지 2㎞ 구간은 이미 지중화로 계획돼 있으니, 성주리에서 성은리를 거쳐 경부고속도로까지 기존에 있는 도로를 통해 총 4.5㎞를 지중화해달라는 주장이다.

김봉오 대책위원장(64)은 “기존 도로에는 일부 좁은 구간이 있으나 안성시가 내년까지 확장·포장할 계획이 있는 상태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중재 요구안 2개는 전 구간 지중화 요구에서 최대한 물러난 것으로,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2안도 기존 도로를 확장·포장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지중화 건설까지 총 1천400억 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책위와 주민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최대한 검토하겠으나 현재로서는 수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년 활동이 끝난 갈등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기존 예정 선로에서 산악 지역에 송전탑을 설치하고, 메골 공장지대 1㎞ 구간을 지중화하는 것이었다”며 “이 또한 200억∼300억 원이 추가 투입되고, 공기도 수개월 늦어지는 등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갈등조정위 권고안에 대해선 협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원곡면 주민은 한발 물러선 입장을 제시했으나, 한전은 두가지 중재안 모두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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