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치의 나라다. 아니 정치가 지배하는 나라다. 사회 구석구석에 언제나 정치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나라인 것이다. 친구 혹은 동료들과 술자리에서도 이야기가 조금만 진척되면 흔히 정치 이야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대선 때만 되면 수천·수백이나 되는 모든 영역의 자·타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유력 후보 주위에 꼬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랜 군사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부활되었을 때 많은 학자들은 한국사회의 정치과잉 현상을 우려한 바 있다. 실제 80~90%대의 투표율은 그런 우려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90년대를 거치면서 정치참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고, 일부 선거에서는 50%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수치상으로는‘적극적 정치참여자’와‘정치무관심층’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숙성된 정치구조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한국사회는 또다시 정치과잉국가로 변모하게 된다. 다시 높아진 정치참여율도 그렇지만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맹목적이고 어쩌면 광적으로 지지하는 이른바 ‘빠’의 등장 때문이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2000년 이후 집권한 정권들은‘빠’를 축으로 한 견고한 지지층 위에 권력을 잡았고 또 통치해왔다. 이들 ‘빠’의 특징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권 혹은 정치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이른바 ‘깔떼기 현상’에 매몰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정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담론구조는 퇴출되고 감성적인 싸움판이 되어 버렸다. 여기서 ‘빠’를 배양하고 창궐하게 한 토양이 인터넷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적 통신 수단이라는 법적 보호망아래 인터넷은 누구나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나 막말들을 마구 뱉어내는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솔직히 학자들이 예상했던 인터넷 장비로 무장한 합리적인‘스마트 군중(smart mob)’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소한 한국사회에서는 그래 보인다.

이 같은 인터넷 공간은 결국 한국 정치 그 자체를 ‘빠의 정치’로 재구조화시키고 있는 느낌이다. 정치인들의 활동공간이 국회·정당 같은 전통적 공간이 아니라 인터넷 특히 유튜브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인터넷 공간은 권력에서 배제 혹은 소외된 계층의 정치활동 영역이었다. 때문에 보수정권 시절에 인터넷은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다.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SNS 그리고 팟캐스트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진보정권이 집권하면서 유튜브라는 초권력 플랫폼이 보수 진영의 아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권력지형변화에 민감한 한국 언론의‘정치병행성(political parrellalism)’때문에 기성 미디어에서 소외된 보수적 논객들이 유튜브로 옮겨가서 활동한 것이 원인이다. 어쩌면 유튜브 보수화 경향은 현 정부·여당의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최근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아예 활동무대를 유튜브로 이동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집권여당 대표까지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독자와 접속 숫자를 놓고 마치 아이들처럼 경쟁하는 것을 보면 유치하기까지 하다. 마치 80~90년대 선거유세장에 누가 더 많이 동원했는가를 두고 기 싸움을 했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유튜브 방송을 하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다. 또 접속량이 많다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지지하는 사람들만 모이는 팬클럽 같은 곳이다. 이른바‘무조건 무조건이야~’유행가 가사 같은 맹목적 ‘팬덤(fendom) 정치공간’일 뿐이다. 이처럼 극성팬들이 모인 공간에서는 합리적이고 비판적 담론보다는 열광할 수 있는 극단적 표현들이 지배하게 마련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튜브 정치는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주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양극화의 정치(polarization of politics)’만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반민주적 전체주의 정치문화를 조장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

유튜브를 열어보면 초기 화면에 가장 많이 떠있는 것들이 정치인 혹은 정치관련 채널들이다. 또 많은 접속수를 기록한 것들 다수가 이른바‘쎈 말’을 하는 것들이다. 솔직히 클릭 수에 따라 수익이 올라가는 포털사업자 입장에서는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클릭 수만 늘어난다면 선정적인 것도 좋고 가짜뉴스도 고마운 이해타산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막발 유튜브 방송도 결코 싫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여기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솔직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검색도 유튜브를 통해서 하는 시대에 정치인이나 정치관련 유튜버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혹시 정치과잉사회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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