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개성을 가진 인격체다. 그런 우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살려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배척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건 상식(常識)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용인할 수 없는 언행을 했을 때 ‘몰상식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우리가 상식이란 잣대를 갖고 있어서일 것이다. 영국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도 상식(common sense)이다. 프랑스인들은 그걸 봉상스(bon sens, 良識)라고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강조한 것도 봉상스다. 양식과 상식에 바탕을 두지 않고서는 생각과 사유의 근육인 이성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상식은 인류의 수호신”이라는 괴테의 정의는 참으로 적절하다. 상식과 양식, 이성이 사라졌을 때의 혼돈과 파괴를 인류는 역사에서 수 없이 경험하지 않았던가.

5·18에 대한 한국당 의원 3인의 언행은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망동’이니 ‘망언’이니 하는 말들이 쏟아지는 까닭은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이다. 청년과 5060세대를 겨냥해 국내에서 불만만 토하지 말고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대통령이 경질한 것도 몰상식의 도가 지나쳐서다. 청와대나 주요정당에서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종종 터지는 건 한심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국민 눈치를 본다. 사고가 터진 다음엔 여론 악화를 막으려고 나름의 노력도 한다.

반면 여론이고 뭐고 무시하면서 잇속만 챙기는, ‘안면몰수’가 특기인 집단이 있다. 제 밥그릇을 위한 일이라면 남에게 폭력을 가하고 피해를 주는, 그야말로 망동을 예사로 벌이는 ‘안하무인’형 단체다. 그 이름은 민주노총(민노총). 최근 서울대 도서관을 비롯, 교내 건물 곳곳에 난방을 끈 사람들이 그에 속한다. 그들은 “도서관은 제발 놔두라”는 학생들과 학교 측의 호소도 외면하고 지난 7일부터 서울대 주요시설의 난방을 끊어 버렸다. 한파 주의보가 내렸는데도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을 냉골로 만들어 버린 그들의 머릿속엔 오로지 임금인상·성과급·명절휴가비·복지포인트 등 내 몫 쟁취 밖에 없다.

부산에선 민노총 소속 르노삼성차 노조가 떼를 쓰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직 근로자 평균연봉(2017년 기준 약 8000만원)은 같은 르노그룹 소속인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나 높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본급과 자기계발비 인상, 특별격려금 지급을 요구하며 지난 4개월 동안 28차례 부분파업을 했다. 이들은 조만간 또 부분파업을 하고 전면파업도 검토한다고 한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세웠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민노총 지회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강성 전투 노조가 들어서서 무리한 요구로 파업을 이끌자 프랑스 본사는 급기야 ‘파업이 계속되면 소형 SUV 후속물량을 다른 나라로 배정할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민노총의 몰상식과 파렴치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회사 임원 감금 폭행, 공공청사 점거, 건설현장 불법 봉쇄, 자녀와 친인척 우선 채용 협박 등등. 조폭도 놀랄만한 못된 일을 하면서 ‘민주’란 이름을 쓰는 그 위선이 역겹다. 그들의 폭력와 행패를 눈감고 넘기는 정권도 큰 문제다. 그들 앞에선 공권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반대세력은 적폐로 몰아 권력의 칼을 서슬 퍼렇게 휘두르는 정권의 이중성, 그 비상식을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민노총 불법과 폭력에 정권이 단호히 대처하고 노동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민노총의 패악은 거듭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 분노는 정권으로 향할 것이다.

이상일 前 국회의원/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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