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인 가족호칭과 지칭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절 때마다 가족 간 호칭·지칭으로 인해 난감한 순간을 겪는 가정들이 많다. 서로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아예 대화를 기피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번 설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일은 갓 혼인을 한 신혼부부, 특히 여성의 경우 시가 가족의 호칭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7년 국립국어연구원의 ‘사회적 소통을 위한 언어 실태 조사’에서도 호칭어·지칭어에 관한 의견 중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6.3%나 되었으며 이 중 ‘양성평등’에 관한 내용이 34.7%로 가장 많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시가와 처가의 차별적인 호칭이다. 시가의 가족관계에서는 호칭 자체가 높임말인 반면 처가의 가족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차별적인 호칭·지칭은 부계 중심, 남성 위주의 호칭이 굳어져 내려온 것으로 현대 사회 속에서 가족관계 인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게다가 전통적인 호칭·지칭 용어 자체가 현대인의 정서나 어법과 거리가 멀어 알아도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최근에는 연상연하나 나이차가 많은 혼인이 늘면서 가족 간에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친가와 외가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호칭에 대한 반발도 크다. 예를 들어 친할머니·외할머니, 친손자·외손자 등 친가와 외가의 뚜렷한 구분도 현실에 맞지 않으며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시대의 변화와 현실에 맞게 호칭·지칭 용어들을 개선하자는데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어색하고 차별적인 호칭문화 개선 요구가 더욱 높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달 말부터 4주 간 ‘가족호칭에 대한 국민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도 뜨거워 설문조사 첫날 홈피가 먹통이 될 정도로 접속자가 몰렸다.

여가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전문가와 함께 공청회를 진행한 뒤 상반기 중 개선 권고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칭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 우리의 전통문화와 예법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우려와 거부감, 반발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가족관계에 관한 전통적인 용어를 바꾸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가족관계의 의미와 예법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평등하고 합리적인 용어로 개선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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