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올해까지 도내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도입하는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장치 종류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겨울방학 기간 설치를 완료하려 했던 공기정화장치가 아직 제품 선정도 못 한 채 지연되고 있다.
14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까지 총 2천363억 원을 들여 도내 유치원을 비롯해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 전 학급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한다. 유치원을 비롯해 초등·특수학교는 올해 말까지 우선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각 지역교육지원청에서는 지난해 11~12월께 지역별로 1차 수요조사가 진행됐으며, 학교 자체 구매 또는 공동구매 방식으로 이번 겨울방학 내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특정 유형의 공기정화장치 성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일부 지역의 경우 아직도 제품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기계식 환기장치 중 바닥상치형 유형이다. 지난해 12월 세종시교육청이 발표한 학교 공기정화장치 가동 효과 실험 결과에서 바닥상치형 장치는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또한 현재 교육부가 각 지역에 내려보낸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사용기준(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정 필터규격 최소효율 값(MERV)은 10~12 이상인데 초미세먼지를 확실하게 걸러내기 위해서는 HEPA 필터와 비슷한 급으로 맞춰야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은 아직도 공기정화장치 공동구매를 위한 공고조차 내지 못하고 다시 수요조사를 진행하는 등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우려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세종시 한 사례를 토대로 바닥상치형 장치를 일반화해 설치에서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세종시의 한 교실 사례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기도 자체적으로 3~5월께 전문기관과 함께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된 학교에서 효과 측정을 해볼 계획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측정한 결과 역시 세종시와는 다르다"며 "시기가 좀 늦어지긴 했지만, 개학 후 또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학 후에도 학교에서 주말 등을 활용해 설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민 경희대 환경과학공학과 교수는 "HEPA 필터가 먼지를 더 촘촘하게 걸러내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학교 관리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10~12 이상이라는 기준이 주어진 것 같다. 그래도 현장을 다녀보면 14수준의 장치가 대부분이다. 바닥상치형 장치도 특별하게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실 학교 공기정화장치의 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 등 학교의 지속적인 관리"라고 조언했다.
변근아기자/gaga99@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