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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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0년 전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신명 나는 줄 싸움 '기줄다리기'와 달집태우기 등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즐기며 보름달처럼 원만하고 풍성한 한 해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정월 대보름이면 삼척 시민들은 휘영청 보름달 아래 하나가 된다.

삼척정월대보름제를 열어서 지역 대표 민속놀이인 기줄다리기를 중심으로 풍어와 풍년을 기원한다.

기줄다리기는 '줄 싸움'이다. 줄이 '바다게 다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기줄'이라고 부른다. 삼척에서는 바다 '게'를 '기'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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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줄을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가 '술비통 노래'다. 술비통은 구멍 3개가 뚫린 널빤지고, 이 구멍을 통해 줄이 '술술∼' 잘 빠져나온다고 해서 술비라고 부른다.

술비놀이는 "에헤야 술비야 술술 술비야, 달이 뜨네 달이 뜨네 정월보름 다가왔네∼"라고 노래를 부르며 기줄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줄다리기의 시작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350년 전 1662년 삼척부사 허목이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둑·저수지 축조용 가래질에 필요한 새끼줄을 만들고, 인력을 동원하기 위해서였다. 편은 해안마을 부내와 산골마을 말곡으로 나눴다.

오십천을 기준으로 동남쪽은 부내, 서북쪽은 말곡이었다. 격전지는 광활한 모래밭이었던 오십천변 사대광장이었다.

조선 시대 동해안 해상방위 책임자인 삼척포진영 영장과 행정책임자인 삼척부사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해서 양쪽 모두 총동원령이 내려질 정도로 치열했다고 한다.

부내가 이기면 풍어가 왔고, 말곡이 이기면 풍년이 들었다. 사대광장은 오십천 직강화 공사와 도심 개발로 지금은 사라졌다.

정월대보름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기줄다리기는 일제강점기 폐지령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일제가 민중 봉기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규모가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줄다리는 1973년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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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척민속놀이위원회가 오십천변 사대광장에서 기줄다리기를 재현했다.

이어 1976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가 됐다. 이때부터 '삼척 기줄다리기'는 공식 명칭이 됐다.

삼척정월대보름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15일 엑스포광장과 오십천 둔치에서 막을 올린다.

'삼척기줄다리기! 휘영청 보름달 아래 하나 되다!'를 주제로 15∼17일과 19일 나흘간 열린다. 기줄다리기와 함께 나뭇더미를 태우며 한해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는 16일 오십천 둔치에서 열린다.

신남마을의 남근목 봉헌제를 테마로 열리는 전국남근조각경연대회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소원 박 띄우기, 망월 놀이, 연날리기, 솟대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다채롭다.

홍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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