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타당성 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달 23개 예타면제사업을 발표하였다. 선심성 토건사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그간 경제성중심으로 평가되어온 예타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예타제도는 정부예산을 알뜰하게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 장치로 인정받는다. 한편으로, 경제성을 충족하기 위하여 수도권이나 강남을 잇는 SOC노선을 선택케 함으로써 수도권집중을 가속화시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반도체의 입지를 둘러싼 지자체간 경쟁이 뜨겁다. 기업은 혁신인력의 수급이 편리한 수도권을 원하는데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지자체들은 지역으로 올 것을 고대한다.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혁신기업들은 창의인력이 풍부한 뉴욕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있다. 기업이 맘껏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이 원하는 입지를 제공해야 할 것인데, 이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 가는 듯 하다.

지역간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동차·조선·철강산업의 쇠퇴가 이어진다. 울산·거제·군산·통영지역의 일자리가 줄고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으며, 인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지방의 중소도시들과 농촌지역 중에는 30년 후에는 소멸을 우려하는 ‘지방소멸’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첨단산업은 대도시, 특히 서울과 경기남부지역에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교통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고속철도와 광역급행철도는 인구를 환승역 중심으로 모우는 역할을 한다. 고속철도역사 중심으로 새로운 중심지가 나타나고 있다.

행복도시, 혁신도시로 알려진 국가균형발전정책의 골격은 15년 전 참여정부 때 만들어졌다.

이 당시에는 KTX가 없었고 지방소멸,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들어보지 못하였다. 인구의 절반이 국토의 12%라는 좁은 공간에 집중하였으니 국토의 지리적 중심에 행정중심기능을 이전하고, 주변으로 10개의 혁신도시를 만들어 공공기관을 이전시켰다. 즉, 인구를 행정구역단위로 균등하게 배분하는 ‘지리적 균형’을 추구하였다. 지금과 같이 고속으로 이동하고 경제활동이 교통과 통신망으로 네트워크화된 시대, 대도시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하는 환경에 걸맞는 새로운 균형발전정책이 필요하다. 대도시, 수도권에 성장기업이 모이고 있다. 과거의 ‘지리적 균형’에서 새로운 균형발전정책, ‘네트워크균형’정책이 요구된다. 어디에 살든, 어디에서 일하든 일자리와 복지·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균등한 접근기회를 보장하는 새로운 균형발전정책이 필요하다. 대도시의 거점을 고속교통과 통신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하여 네트워크경제망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수도권규제와 공공기관 이전정책으로 균형발전을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방에 혁신성장의 거점을 만드는 일, 수도권개발로 인한 이익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재정이전제도가 절실하다. ‘도시재생 혁신지구’는 거점중심으로 일자리 창출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철도와 항만 등 파급효과가 큰 거점을 대상으로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특구를 지정하여 특례를 허용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이미 광역시의 고속철도역사 중심으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에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혁신성장의 환경을 만들어주면 5대 광역시의 성장거점을 만들어가는 일에 효과적일 것이다.

수도권개발로 인한 부담금과 조세수입의 일정 부분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지역상생기금을 확충하고, 이 기금사업이 지방의 실질적인 성장거점을 만드는 일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곳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익금의 일부를 지방에 이전할 수 있는 결합개발제도도 필요하다. 현재의 재건축초과이득부담금·과밀부담금 등의 부담금제도, 종합부동산세 등의 조세제도 등을 통합적으로 정비하여 부과대상사업, 대상지역과 이전지역, 이전사업 등을 규정하여야 한다. 현재의 수도권규제와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기업도 살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균형발전정책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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