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은 여직원도 대상… 경기도 "공간없어 당분간 어렵다"

경기도청 전경
경기도청 전경

수도권 내 광역지자체 중 경기도가 유일하게 남성 공무원들만 숙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도청사 내 공간이 부족해 여성 공무원들의 숙직실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타 시·도와 달리 성평등 기조에 뒤처지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9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24시간 상황유지를 위해 도청 직원들로 당직 근무인원을 편성, 일·숙직 근무를 하고 있다.

일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숙직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서게 된다. 숙직팀은 5급 이상 공무원급 당직사령 1명과 도청 직원으로 구성된 당직원 2명, 청사방호원, 야간경호원 각각 2명씩 모두 7명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숙직에 여직원들은 편성되지 않는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일종의 관행인데, 여자가 야간 근무를 하면 위험할 수 있고 가사와 육아에도 방해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신 여직원은 토·일요일 및 공휴일 등에 일직 근무를 맡는다.

숙직은 사실상 상황유지 및 일지 작성이 주된 업무다. 행정안전부 및 각 시·군과 연계상태를 유지하고 야간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를 응대한다. 당직원들이 청사를 순찰할 일도, 긴급상황이 아닌 이상 현장에 나갈 일도 없다.

이에 반해 서울, 인천시 등은 현재 여직원들도 숙직 근무를 서고 있다. 인천은 2005년 이전, 서울은 올해부터 여직원 숙직이 시행됐다. 도가 관습을 이유로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직원 숙직문제가 공론화되자 설문조사 및 근무 시행 규칙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직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며 남녀 간 당직 주기 격차가 벌어지는 근무 형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도청 여직원들 또한 숙직에 큰 거부감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숙직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며 “의견조사 등을 거쳐 시설이 마련되고, 육아 문제나 개인사유 등으로 인한 숙직 대상 차등적용 등 해결책이 마련되면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는 당분간 여직원 숙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사 공간 부족으로 여직원을 위한 숙직시설 마련에 애로사항이 있어서다.

서울시의 경우도 공간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내부협의를 거친 후 기존 회의실을 여직원 휴게실로 변경했다. 인천시는 당직실 내부를 나눠 남녀공간을 구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와관련 도 관계자는 “현 체계에 대한 문제는 인지한 상황”이라며 “여직원 숙직이 공론화되면 절차를 거쳐 시행할 필요는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인 공간문제에 부딪히는 상황이라 이에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한 다음에야 진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도청에서 근무 중인 직원 3천885명 가운데 여직원들은 1천306명(33.6%)이다.

김수언기자/soounchu@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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