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통로에 역사문화탐방로 조성… 고라니 출몰 지역이지만 유도 울타리도 없어
지난해 이동로 구분 지적에도 외면… 용인시 "로드킬 등 피해발생땐 개선"
①용인 ‘곱든고개 동물이동통로’
야생동물들의 안식처가 돼야 할 ‘용인 곱든고개 동물이동통로’가 사람들이 오가는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는 등 사실상 제기능을 상실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9일 용인시에 따르면 시는 국지도 57호선이 개통되면서 문수산 일대 야생동물들의 생태 단절을 막기 위해 사업비 6억여 원을 들여 2004년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곱든고개 동물이동통로’를 만들었다.
‘곱든고개 동물이동통로’는 육교형 생태통로로 길이 40m, 폭은 11m다.
그러나 지난 18일 오전 11시께 찾은 ‘곱든고개 동물이동통로’는 야생동물 대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경기도가 2015년에 조성한 역사문화탐방로인 ‘영남길’이라는 등산로와 맞닿아 있었던 탓인데, 이 등산로에는 생태통로가 포함돼 있다.
더욱이 해당 지역은 고라니가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유도 울타리가 필요함에도 이와 관련한 시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환경부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고라니 같은 포유류의 경우 1.2~1.5m 높이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시와 함께 곱든생태통로를 모니터링한 야생생물관리협회 서울 인천 경기지부 용인지회(이하 용인지회)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유도울타리가 필요하고 등산로와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용인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유기용 용인지회장은 “현재 곱든생태통로는 생태통로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태통로 내의 잡목도 더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소영 용인환경정의 운영위원도 “생태통로에는 동물이 숨을 곳이 있어야 하는데 곱든생태통로에는 그런 공간이 없으며 스트로브잣나무가 심어져 있어 생태통로에 초식생물이 자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당 통로는 생태통로로서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곱든생태통로 모니터링 결과 야생 동물의 이용빈도가 낮았으며 생태통로의 폭이 좁아 울타리를 설치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생태통로의 폭이 좁아 울타리를 설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통로 인근에서 로드킬 등 야생동물 피해 사례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지적됐던 시설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욱·하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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