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베트남 하노이에는 미국과 북한의 실무자들이 속속 집결하며 회담 준비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35분간 통화하면서 회담 성공을 위한 협조 방안을 중점 협의했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롭고 대담한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하노이 회담이 비핵화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 해결을 위해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라는 대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실질적인 상응조치를 두고 숱한 동상이몽과 갈등을 겪었다. 1차 회담의 성공에 고무되어 일사천리로 나아갈 것 같았지만 묘한 기싸움으로 팽팽한 긴장감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주춤거리는 사이 오히려 남북관계는 순조롭게 앞서 나가면서 철도와 도로 연결과 경제협력 사업까지 꽤 구체적인 논의가 나왔다. 하지만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보조를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대북제재의 벽에 부딪쳐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수차례 어려운 고비를 넘겨 왔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트럼트 대통령의 희망적 메시지는 계속 나왔다. 심지어 미국 내 정치권, 언론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지도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도 바로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하고 하노이회담의 성공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 협조하고 할 일을 하겠다고 피력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을 위해 어디까지 사전합의가 이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정한 것이다.

한미 두 정상은 하노이 회담의 성공을 위해 구체적인 공조 방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화법을 통해 한미 두 정상 간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좋으며 두 사람이 아주 잘 해오고 있다는 말로 공조가 돈독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회담 결과 공유 및 후속 조치 등에 대해 문 대통령과 긴밀히 상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이르는 길에서 우리나라는 결코 방관자가 아니며 당사자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과 노력은 그 비판과 비난으로도 폄훼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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