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슈페트 트위터 계정 캡처
사진=슈페트 트위터 계정 캡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19일(현지시간) 타계한 가운데 그가 딸처럼 아낀 고양이 '슈페트'(Choupette)가 전체 유산 2억 달러(2천247억원) 중 얼마를 상속받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라거펠트는 숨지기 훨씬 전 "슈페트는 전속 경호원 그리고 두 명의 하녀와 함께 익숙해진 스타일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프랑스TV에 출연해 "슈페트는 부유한 아이"라며 유서에 고양이 몫의 유산을 별도로 남겼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프랑스법을 따르면 고양이에게 유산을 남길 수 없다. 라거펠트는 과거 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라서 괜찮다"고 답했고, 슈페트에게 남기는 유산은 신탁에 맡기는 방식으로 라거펠트 사후에도 현재와 같은 생활을 유지하고, 전속 경호원과 하인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라거펠트는 고양이 집사로 유명하다. 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가 2주 간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칼 라커펠트에게 키우던 고양이의 임시보호를 부탁했으나, 라거펠드가 이 고양이의 매력에 반하면서 고양이를 반강제로 입양해 애지중지 키웠다.

사진=슈페트 트위터 계정 캡처
사진=슈페트 트위터 계정 캡처

"슈페트 라거펠드(choupette lagerfeld)"라 불리는 이 고양이는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두 명의 개인 집사와 전문의, 전용 침대, 놀이용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명, 트위터 팔로워 5만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와 홀리데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으며 잡지 촬영 및 광고 등으로 300만 유로(한화로 약 35억원)을 벌었다.

슈페트가 라거펠트와 함께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의 달력을 제작하고, 일본 화장품 슈에무라와 협업해 '슈페트'라는 이름의 화장품을 출시해 벌어들인 돈만 해도 최소 340만달러(38억원)로 추산된다. 또 2014년에는 '슈페트: 성공한 고양이의 사생활'이란 제목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라거펠트가 볼 수 있도록 슈페트의 전속 하녀들이 모든 일상을 기록한 업무일지에 따르면 슈페트는 은 식기에 담긴 음식을 테이블 위에 차려줘야 먹고, 특히 킹크랩과 훈제연어, 캐비어를 섞은 음식을 좋아한다.

슈페트는 '미식가'로 소문나 있지만, 라거펠트는 슈페트가 고양이 사료 광고에 출연하기에는 너무 세련됐다며 출연을 허락하지 않았다.

라거펠트는 슈페트에 대해 "사람 같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슈페트는 내 세상의 중심이다", "슈페트의 우아함과 태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등의 말을 했다.

한편 유산상속에 있어서 슈페트의 가장 큰 라이벌로는 모델 브래드 크로닉의 아들 허드슨 크로닉(10)이 꼽힌다. 허드슨은 라거펠트의 대자(代子)이며, 샤넬 패션쇼 피날레에 라거펠트의 손을 잡고 자주 등장했다. 라거펠트는 크로닉 부자에 대해 평소 "내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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