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화훼류 보상비에 포함탓, 비닐하우스 앞 시든 화분 즐비… "한푼이라도 더 챙기자" 극성
판매 대신 개수 늘리기 바빠… 전문가들 "섬세한 감정 필요"

과천 주암동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과천 주암동 전경. 사진=네이버지도

찬바람과 미세먼지가 뒤엉킨 20일 오후.

과천의 대표적인 화훼단지인 주암동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는 한 눈에 봐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화분의 꽃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는 화초 등을 실어 나르는 트럭 한 대가 서 있을 뿐 묘목이나 꽃 등을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해당 지역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에 포함된 곳으로 향후 개발에 따른 보상절차가 예정돼 있다.

재개발이 결정됐기 때문에 화훼단지 업주들은 이전을 준비하거나 전시돼 있는 상품들을 소진하기 위해 분주해야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개발 보상비에 화분에 담긴 꽃, 난 등의 화훼류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관상수나 조경수 등 땅에서 자라는 수목들은 재배면적의 밀도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갯수의 수목에 대한 이전비를 보상금에 포함시키지만, 화분 등 용기에 식재해 재배되는 화훼류는 갯수에 제한이 없다.

화분에 담긴 화훼는 영업보상 대상에 포함돼 적법한 장소에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계속적으로 행하고 있거나, 허가 등을 받아 그 내용대로 행하고 있다면 재개발 시행자는 그에 맞는 보상금을 지원해야 한다.

실제 이러한 화훼 농가의 꼼수는 인터넷에 버젓이 공개되고 있다.

한 법무법인이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토지보상금 증액 노하우 81가지’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화분 등 용기에 식재하여 재배되는 난 등 화훼류도 영농보상의 대상인가’하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파일에는 2004년 4월 대법원의 판결을 예로 들면서 “결국 영업보상을 받으라는 취지”라며 영업보상의 대상과 관련법 개정내용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화분에 담긴 화훼는 개별적인 보상 대상은 아니지만 이를 이전하는데 필요한 이전비가 영업보상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숫자를 늘려 보상 금액을 늘리라는 것이다.

이날 만난 화훼농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정 부분 수긍하기도 했다.

농가 관계자는 “쫓겨나는 것도 억울한데 보상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하는거 아니냐”며 “화분 몇개 늘렸다고 수억이 늘어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개발 지역의 보상금을 책정하는 전문가 역시 이러한 꼼수가 비일비재 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으로 수용돼 떠나야 하는 농가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보상금을 받으려 이러한 꼼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과천 뿐만 아니라 화훼단지가 조성된 하남 등에서도 이러한 일로 마찰이 일어나곤 한다. 보다 섬세한 감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농가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보상금만 받고 화훼는 폐기 처리하면 그만”이라면서 “말그대로 보상금으로 재고정리, 땡처리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kplock@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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