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 인류가 존속한 대부분은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거주해 왔었다. 불과 200년 전과 달리 인구는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일본, 호주,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80%를 넘는다. 이와 같이 전체 인구 중에 도시지역에 사는 사람의 비율을 통상 ‘도시화율’ 혹은 ‘도시화 수준’ 이라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 수준이 높은 나라는 싱가포르, 모나코, 바티칸시국, 나우루 등으로 도시화율이 100%다. 반면 가장 도시화율이 낮은 나라는 가난하면서 가장 개발이 덜 된 ‘브룬디’로서 10.9% 정도다.

현재 전 세계 평균 도시화율은 54% 정도 된다. 100년 전에는 겨우 15%, 1950년에는 30%였다. 전 세계 도시 면적은 지구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의 GDP는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구와 자본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UN 자료를 참고하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90억명으로 예상되며 75%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향후 30년 사이에 세계의 도시인구는 약 20억 명 이상이 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30년 동안 매주 약 150만 명의 인구가 도시로 몰린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앞으로 30년 동안은 3개월만에 지구상에 1,500만 명의 뉴욕 대도시가 하나씩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로 현재 도시화 수준이 낮은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이런 현상이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0%를 넘어섰다.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1960년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39.1%였으나, 2005년 이후에는 이미 90.1%를 넘어섰다. 불과 50여년 만에 폭발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높은 도시화 수준은 경제발전 전략에서 기인한다. 1960년대 이후의 빠른 산업화로 인해 노동력과 자본이 도시에 흡수되며 급격한 도시화를 주도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도시화 수준은 2·3차 산업의 발전에 비례했다. 전체 고용에서 2·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0년대 53%에서 2005년 92.1%로 치솟는 동안, 도시화 수준은 50.1%에서 90.1%로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도시화 수준은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도시화 수준이 20% 미만의 국가는 저개발국가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80% 이상의 국가는 경제대국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평균적으로 도시화 수준이 10% 늘어날 때마다 국가의 1인당 생산성은 30%가 향상된다고 한다. 도시화 진행은 인구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내수 증가, 지식 이전 등으로 경제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화율 혹은 도시화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각국들은 높은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거점도시 육성 등 도시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도시화 수준이 90%대인 우리나라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우리나라의 도시화 수준은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S자 형태의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침체된 도시화 수준에 비례해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도 저성장 단계로 들어섰다. 결국 도시의 인구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내수 증가, 지식 이전 등을 통한 기존과 같은 경제성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시의 성장을 유지하자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인구집중을 통한 도시화 수준이 아니라 도시의 혁신에서 성장을 찾아야 한다.

도시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의 저서 ‘도시의 승리(2011)’에서 지적하듯이 ‘현대의 도시는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의 힘을 통하여 도시의 혁신은 물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준 더불어민주당 수원갑(장안) 지역위원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