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 펜스 설치하고 길 막아… 유도 울타리도 없어 피해 우려
이동 막힌 동물들 내려와 사고… 사유지 인근 사체 2마리 발견
3. 화성 육일리 당성터널·굴고개터널 생태통로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에 위치한 당성터널과 굴고개터널에 조성된 생태통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태통로에 사유지 접근을 막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는 데다가 야생동물을 위한 유도 울타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야생동물들이 생태통로 이동시에 어려움을 겪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21일 경기도건설본부(이하 도건설본부)에 따르면 도건설본부는 621억여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2년 ‘탄도―송산 간 도로확포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송산면 육일리 부근에 대한 문화재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해당 지역이 인근에 위치한 당성과 연관된 문화재 지역일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단절됐던 산 능선 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2007년 식재 작업을 거쳐 당성터널과 굴고개터널을 완공했다. 이후 두 터널은 생태통로로서 활용되고 있다.
당성터널에 조성된 생태통로의 길이는 19m, 폭은 112m이며 굴고개터널 생태통로는 길이 8m에 폭은 88m다.
그러나 굴고개터널 생태통로 부근에 외부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땅 주인이 그물 펜스를 설치해 야생동물들의 이동이 여의치 않고 유도 울타리도 없는 상황이라 야생동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찾은 당성·굴고개 생태통로에서는 고라니들의 배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이곳에 많은 고라니들이 출몰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고라니들이 그물 펜스로 인해 당성터널에서 굴고개터널 방향으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유도 울타리도 설치돼 있지 않다보니 그물에 막혀 갈 곳 잃은 야생동물들이 도로로 내려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생태통로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고라니들이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널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정모(60)씨는 “고라니가 터널 사이 비탈길을 타고 공장 근처로 내려오기도 한다”며 “굴고개터널 쪽이 사유지 펜스로 막혀 있어 고라니가 건너가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경기지역 생태통로를 모니터링 했을 당시 굴고개터널 사유지 펜스 부근에서 2마리의 고라니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성 굴고개터널 생태통로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던 송점심 동탄수수꽃다리 대표는 “생태통로는 생태계를 이어주는 역할이 기본인데 당성 굴고개 생태통로의 경우 사유지 펜스 때문에 이동이 어려워 땅 주인을 설득하는 방법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해당 생태통로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 해결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생태통로에 대해 점검을 나갈 계획이었다”며 “지적된 문제에 대해 검토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형욱·하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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