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사찰 중의 하나인 통도사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583(통도사로 108)에 위치한다. 삼보는 불교의 귀의대상인 불보, 법보, 승보를 가리킨다. 불보사찰은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봉안한 양산 통도사, 법보사찰은 부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간직하고 있는 합천 해인사, 승보사찰은 보조국사 지눌 이래 열여섯 명의 국사를 배출한 화순 송광사를 꼽는다.

통도사는 신라의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5년(646) 창건한 절이다. 스님은 진골 출신으로 636년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계율종의 본산인 종남산과 문수보살의 주처인 오대산에 머무르며 화엄사상을 터득하였다. 유학 7년만인 643년 귀국하면서 석가모니가 입었던 가사와 부처의 진신사리, 대장경을 선물 받아 왔다. 당시 신라에서는 매우 귀한 것들이었다.

귀국하자마자 승려로서는 최고자리인 대국통에 임명되어 승려들의 규율을 단속하며 대대적인 불교정비에 나섰다. 이로 인해 계율에 정통한 율사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후 통도사를 창건하여 부처의 진신사리와 대장경을 모셨다. 당시 대부분의 사찰은 황룡사처럼 도시에 있었다. 그러나 통도사는 깊은 산중이다. 이는 자장율사가 불교 부흥을 위해서 수행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통도사의 주산은 낙동정맥 본줄기에 있는 영축산(1,082m)이다. 본래 영축산은 인도 마가다국 왕사성 동쪽에 있는 산이다. 그곳에서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하였는데 독수리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신령스런 독수리란 뜻으로 영축산이라 불렀다. 대동여지도에 나오는 영축산의 옛 이름은 축서산이다. 독수리가 서식하는 산이란 뜻이다. 인도의 산과 의미도 같고 모양도 비슷하여 영축산으로 불렀다. 통도사라는 절 이름도 인도의 영축산과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축산에서 남쪽사면으로 내려온 용맥 하나가 평지 이르러 다시 머리를 들어 야트막한 현무봉을 만든다. 영축산은 산이 높고 바위가 많아 험준하지만 현무봉은 흙산으로 순하다. 산줄기가 내려오면서 점차 순해지는 것을 박환이라고 한다. 허물을 벗는다는 뜻으로 이를 통해서 기가 순해진다. 그러므로 박환이 잘된 곳이 좋은 터라 할 수 있다. 현무봉 중심에서 내려온 맥이 멈춘 혈처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다.

여기서 계단은 오르내리는 것이 아니라 승려들의 수계 의식이 이루어지는 단이다. 금강계단 앞에 대웅전이 있는데 불상이 없다. 부처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가 금강계단에 있기 때문에 따로 부처를 봉안하지 않은 것이다. 불자들은 대웅전에서 금강계단을 바라보고 절을 한다. 특이 한 점은 대웅전의 현판 이름이 동서남북에 각각 다르다. 동쪽에는 대웅전, 서쪽에는 대방광전, 남쪽에는 금강계단, 북쪽에는 적멸보궁이다. 이중 금강계단은 흥선대원군의 친필이다.

대웅전 서쪽 마당에는 깨끗한 물이 샘솟는 구룡지(九龍池)라는 못이 있다. 삼국유사에 소개될 만큼 설화가 유명하다. 금강계단에서 보면 우측에 위치한다. 이처럼 혈 앞이나 옆에 있는 샘물을 진응수라고 한다. 용맥을 보호하며 따라온 물이 지표로 분출하는 현상이다. 이곳처럼 풍부하게 물이 샘솟는다는 것은 그만큼 용맥의 기세가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도사에서 가장 중요한 금강계단과 대웅전이 이곳에 자리한 이유라 할 것이다.

통도사 앞의 계곡은 사행천으로 물 가운데는 바위들이 단단하게 박혀있다. 물가에 박혀 있는 바위를 수구사라고 한다. 수구사가 있으면 홍수 때 물의 급류를 막아주고, 가뭄 때는 계곡이 마르는 것을 방지한다. 이러한 역할 때문에 통도사와 아래 마을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물은 금강계단과 대웅전이 있는 곳을 활처럼 환포하며 용맥과 음양조화를 이루고 있다.

통도사의 형국은 독수리가 날개를 펴서 새끼를 안고 있는 영취포아형(靈鷲抱兒形)이다. 청룡과 백호는 날개에 해당되며 그 가운데 절이 있다. 특히 백호가 크게 감싸고돌아 앞까지 이어진다. 자연히 백호 산자락과 계곡의 물줄기가 태극을 이룬다. 이른바 산태극수태극으로 매우 길한 형세다. 풍수지리가 좋은 통도사는 앞으로도 천년 이상 가는 고찰로 자리할 것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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