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세 살,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은 600만 원의 종잣돈으로 새끼돼지 5마리를 구입했다. 화성시 정남면 임대농장으로 시작한 영세농장은 현재 연매출 100억 원의 정육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 브랜드 ‘아이포크’를 18년간 생산해 온 ‘김종필(61) 샘포크코리아 대표의 얘기다. 1982년 양돈업에 뛰어들어 38년 외길을 걸어온 그는 “꿈이 눈앞에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의 꿈은 낙후된 대한민국의 축산업을 한 단계라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스페인·독일에 뒤처지지 않는 국산돼지= “스페인과 독일 돼지고기의 경우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싼 제품만 찾는 시대는 지나고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좋은 고기를 소비하겠다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김 대표는 빨리, 많이 키우기보다 더 좋은 품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게 앞으로 양돈농가들이 가야할 길이라고 공언했다. 아이포크 역시 ‘좋은 환경에서 자란 건강한 돼지가 맛있다’는 모토로 공급업체를 엄선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아이포크는 친환경, 무항생제를 기본으로 농장 인근 수질을 검사해 1급수 이상의 검사결과를 받은 곳과 한약재사료로 기른 돼지만 공급받는다.



◇14년 키운 영농조합 7개월 만에 무너져= 김 대표는 농가소득과 더불어 합리적인 유통망 확립을 위해 2002년 도내 34곳의 농가와 함께 아이포크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아이포크는 ‘내가 만든 돼지고기’를 의미한다. 국내 최초로 생산농가와 농가원의 이름을 기재하는 생산실명제를 도입, 자부심을 담았다. 2003년에는 G마크 1호 획득 인증이라는 과업을 이뤘다. 아이포크는 김 대표에게 무엇이든 ‘자부심 1호’다. 아이포크는 연매출 210억 원이라는 견실한 영농조합으로 성장해나갔다. 잘나가던 아이포크영농조합은 2015년 위기를 맞았다. 조합원들의 손실을 메워주고자 잉여이익금을 나눠줬던 것이 경영상의 문제로 비화된 것. 김 대표는 당시 맡고 있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뒤 14년 동안 성장해 온 아이포크영농조합은 7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당시 아이포크가 보유했던 각종 인증을 비롯해 유통망도 물거품이 됐다. 김 대표는 5년간 소송전에 시달렸다.



◇고난의 연속이었던 재기= 지난해 6월까지 소송전은 계속됐다. 지난한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샘포크코리아를 설립, 재기를 준비했다. 5년 동안 잃어버렸던 유통망을 다시 세우고, 매출도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회복했다. 아이포크는 하나로유통, AK, SPC, 마켓컬리(식료품인터넷쇼핑몰) 등에 납품,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가 영농조합에서 최종목표로 삼았던 체험학습농장을 위한 기반 조성도 완료했다. 김 대표는 “체험농장을 통해 학생들이 아기돼지들은 직접 만나보고 또 햄, 소시지, 하몽 등을 제조해보면서 축산과 영농에 친숙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의 행보는 체험농장에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포크는 간츠슈바인(독일어로 ‘좋은 돼지고기’)이라는 앞다리 전기오븐구이 제품 판매를 시작으로 단순 정육제품에서 가공식품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하몽, 햄, 소시지를 생산하기 위한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과정”이라며 “매출보다 가능성을 보고 도전 중이며, 잃어버린 G마크도 올 하반기에 다시 되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안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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