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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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놀이방에서 잠을 자던 4살 여자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여중생이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21일 인천지법 형사12부(송현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학생 A(16)양의 변호인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입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고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그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A양이 과거 병원에 입원해 진료와 검사를 받은 기록 등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A양은 지난달 8일 오전 5시 30분께 해당 교회 내 유아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B(4)양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중상해)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B양은 당일 오전 11시께 다른 교인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머리 등을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여만인 이달 17일 끝내 숨졌다.

A양은 B양이 몸부림을 치거나 뒤척여 잠을 방해하자 화가 나 그를 일으켜 세운 뒤 벽에 수차례 밀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당시 교회 유아방에는 B양의 9살 오빠도 함께 잠을 자고 있었지만, B양 어머니는 새벽 기도를 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날 무표정한 얼굴로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 내 피고인석에 선 A양은 재판장이 "여기 어딘지 아느냐. 뭐하러 왔는지 아느냐"고 묻자 다소 어눌한 목소리로 "재판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도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한편 검찰은 A양이 기소된 이후 B양이 사망함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뒤 공소장 변경을 통해 죄명을 상해치사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A양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5일 오전 10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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