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냉각되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북한이 갑자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떠나면서 남북 간 연락채널이 막히고 있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만 본다는 식으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원하면 미국을 설득해 제재 완화에 나서라는 직접적인 언급도 하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가 해 왔던 역할을 생각하면 북한의 태도 변화는 상당히 무례한 일이다.

남북연락사무소에 우리 인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향후 남북 관계 변화 상황에 따라 철수나 유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변 안전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일단 정부는 북측의 철수에도 기존 남북 협력사업과 대북정책을 유지해간다는 방침이지만 북측이 연락 채널을 닫은 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어 향후 전망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자인하며 동분서주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야당은 북한의 태도 변화에 중재자 역할이 허상이었음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간 문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많은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주장에 기울어 있다고 하고, 북한은 미국에 할 말을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마저 부정당하는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북미 대화가 결렬되면서 미국과 북한 양측에 우리 정부의 역할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진정성조차 부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조치 철회를 지시한 점이 숨통을 트이는 부분이다. 미국과 북한 간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일변도로만 나갔다가는 대화와 협상의 판이 아예 깨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로 보이며 북측에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성의를 보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제재 철회 조치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지만 미국 측의 미묘한 기류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가운데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많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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