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전범기업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이 압류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강제징용 소송의 원고인 피해자들은 이들 기업이 판결대로 배상하지 않으면 압류자산을 팔겠다고 밝혔다. 사건 심리를 맡은 대전지법은 해당 기업의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의 압류를 결정했다. 압류가 결정되면 자산을 팔거나 양도 등 일체의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어서 기업으로서는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도 해당 기업들은 말이 없고 일본 정부가 나서서 자산 압류는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기업이 원고 측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1인당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정도이고, 여기에 진정성 있는 사죄가 전제되어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불하지 못할 정도의 액수가 아니겠지만 자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들은 거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상당히 곤혹스러울 입장이겠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기업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압류 자산을 처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기업들이 아무런 답변을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 정부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정부에 보복하겠다며 대항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송금과 비자발급을 정지하겠다는 등 100여 개 방안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일본 내에서도 무리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번엔 한국의 TPP 가입을 막겠다는 말을 했다. TPP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환태평양권에 속한 국가들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 해 미국이 탈퇴하면서 국제적 지위가 약화됐다. 2015년 TPP 결성 초기 당시 가입 여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가입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여기에 속한 국가들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고 나머지 9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상태여서 굳이 TPP에 가입할 필요성이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먼저 나서서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겠다고 속 좁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관여하기보다 해당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나 양국 외교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대항조치란 무리수로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일본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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