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공유에 기초한 공유경제(shared economy)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다수의 개인이 재화나 서비스 등을 빌려 쓰고 나눠 쓰는 ICT 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요즘 사람들은 우버를 통해 굳이 차를 살 필요 없이 길 가던 비어 있는 차를 타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호텔 예약 없이 비어 있는 집과 연결해 숙박을 해결한다. 재화와 서비스를 넘어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에서 전기자동차 특허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많은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는 온라인 공개수업인 무크(MOOC)가 대표적 사례이다.

무선인터넷의 접근성과 스마트 디바이스의 대중화로 공유 경제에 기초한 협력적 소비가 대안적 소비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저렴하게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공유재화와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공유경제는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 기술로 불리며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존 산업구조의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우버 등 공유차 플랫폼과 기존 택시가 함께 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어 경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더 환경친화적인 공유차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규제의 벽에 막혀 불법으로 분류되거나 이용에 제한이 있어 왔다. 기존 운수산업의 반대로 인해 우버의 도입이 중단되었으며, 콜버스의 경우 기존 운수산업자에게만 허가권을 내 주고 운행시간과 지역을 제한하면서 혁신적 기능들이 다소 후퇴하였다.

그동안 분신자살과 고소·고발 등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이어오던 승차공유 카풀서비스가 드디어 도입될 예정이다. 택시ㆍ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지난 3월 7일 출퇴근 시간에 제한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리고 택시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올해 상반기 안에 출시하기로 했다. 또 초고령 운전자의 개인택시 감차 방안과 함께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월급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카풀 도입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유경제의 갈등을 풀어낸 첫 케이스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향후 공유 경제 확산에 물꼬를 트게 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도 있다. 그러나 규제혁신형 플랫폼의 형태와 카풀 시행 시기, 초고령에 대한 기준과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합의한 월급제에 대한 세부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무엇보다 공공성 확보가 중요하다. 공유경제에 대한 산업 및 기술분석을 토대로 공공성 증진을 위한 혁신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카풀 도입과정을 살펴보면, 카풀의 산업 구조ㆍ기술적 특징과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사업 시행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기존 택시산업의 이해관계 보장에만 집중하는 문제가 있었다. 아울러 우버 등 글로벌 기업이 협력적 소비라는 공유경제의 장점만을 내세워 기존 법률과 규제를 벗어나 사업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익 배분에서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과점할 경우 직접적인 서비스 제공자보다 플랫폼 기업의 사적 축적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이익을 공유해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인데, 플랫폼 우위시장으로 재편되면 이른바 네트워크 통치 자본주의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대형마트 위주의 상권으로 재편된 결과, 오늘날 소상공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카풀 도입이 혁신기술이나 공유경제가 확산되어 공공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진화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선희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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