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관후보자 7명을 내놓고, 여론이 나빠지자 만만한 관료·교수 출신 2명은 탈락시킨 ‘문재인 청와대’ 태도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뭐가 어때서?’다. “도대체 검증을 어떻게 하기에 이런 사람들을 고르느냐”라는 물음을 던지는 국민들에게 청와대는 ‘무엇이 문제냐?’는 식으로 대꾸하고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검증하는) 인사·민정 라인에서 특별한 문제가 파악된 것은 없다”며 “문제가 없으니 특별한 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인사·민정수석이 뭐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기자들이 낙마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문제를 거론하며 “정무적 판단을 잘못한 데 대해 인사·민정의 책임이 있지 않나”라고 묻자 윤 수석은 “후보자가 지명되는 상황까지는 문제 되는 것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 아들들이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벤츠·포르쉐를 타는 것이 무슨 문제이겠나”라고 했다. 최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당시 집이 세 채였는데 이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느냐. 그게 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 수석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건지, 국민의 염장을 지르겠다는 건지, 그리고 표현 능력이 그것 밖에 안 되는 건지는 몰라도 그의 말엔 대통령의 뜻과 고집이 담겨 있다. 그것은 남은 장관후보자 5명과 ‘조남매’(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만큼은 꼭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이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의 낙마, ‘조남매’의 경질을 요구하는 한국당 등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 ‘조남매’를 문책해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불만이 확산되지 않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장관 후보자는 흠결이 많고 여론이 나빠도, 그래서 야당 반대로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장관급 8명을 이런 방식으로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김연철·박영선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임면 여부는 오로지 대통령의 손에 달린 만큼 ‘조남매’는 이번에도 자리보존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밀리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온다’는 심리에서 이런 수(手)를 두는 것이겠지만 그건 하수(下手)다. 감동도 없고, 책임의식도 없어서다. 청와대와 여당에선 대통령의 결정을 ‘정면돌파’라고 포장하지만 장관다운 장관감을 내놓지 못한 대통령에게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국민은 ‘정면돌파’란 말에서 오기와 오만을 읽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에게는 신념과 책임윤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확고한 신념은 있어 보인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고 북한을 제재한 5.24 조치를 비난했으며, 사드 배치는 망국이라고 한 김연철씨를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내놓은 것만 봐도 대통령의 신념(타당성은 별개의 문제)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확고한 책임윤리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간 인사 참사가 여러 번 발생했지만 문 대통령은 진솔하게 사과한 적이 없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사람을 장관 시키면서 “보고서 채택이 안 된 사람들이 더 잘하더라”라는 어이없는 말도 하지 않았던가. 전(前) 정권의 잘못된 인사를 모질게 비난했던 문 대통령이지만 자신의 허물엔 참으로 관대하다. 청와대 곳곳에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에겐 봄바람처럼 훈훈하게, 자신에겐 가을서리처럼 매섭게)’이란 액자를 걸어놓고도 말과 행동은 정반대로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위선적인가.

이상일 전 국회의원,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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