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들어올 때마다 이민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회원 수 7만여명의 온라인 카페 ‘미세 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미대촉)’에 올라 온 글 중에 하나이다. 젊은이들은 해외 이민이나 국내에서 공기가 좋은 강원도나 제주도로 이사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를 ‘공기난민’이라고 부른다. 당장 이민·이사가 어려우니 당연히 주변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같은 지역에 사는 회원들끼리 근처 미술관, 키즈카페, 휴양림 등 공기 질이 좋은 장소 정보를 나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미세 먼지 오아시스’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이 추천 1순위란다. 초미세먼지가 너무 심하니까 젊은 엄마들이 이민 간다는 말이 돌고 있는 것이다. 너무 생뚱맞은 것 같았는데 차츰 실감이 나더니 이젠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생긴다.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이민 역사는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Allen·1858~1932)이 고종황제를 설득해서 여권을 담당하는 ‘유민국’을 설치하고 이민자를 모집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1903년 1월 13일, 조선인 102명이 하와이 땅을 밟으면서 최초의 해외 이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1905년까지 7천명 넘는 조선인들이 하와이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절대빈곤을 벗어나고자 떠난 ‘생계형이민’이었다. 그 이후로는 교육, 직장 등이 이민의 주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환경적 요인이 이민의 중요한 동기가 된 것이다. 실제 그러한 이유로 해외에 지사를 둔 회사의 경우 주재원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나라는 늘 시끄럽다. 언론 매체마다 온 국민을 갈라놓는 뉴스가 넘쳐나서 식상한다. 도대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젊은이들이 심각하게 이민 갈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데 그런 것에 대한 대책과 뉴스는 보기 어렵다. 정치인들은 말 뿐이다. 말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외침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지금 닥치는 지구 문제나 온난화 문제는 먼 미래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닌데 말이다. 조만간 우리 곁에 다가 올 일이 분명한데도 너무 근시안적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람이 사는 데 중요한 것은 공기, 물, 밥이다. 온실가스와 산업 폐기물 때문에 공기와 물과 땅이 망가지고 있다. 물과 땅이 망가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들이 마신 동물들, 비에 가라앉아 땅에 녹아버린 미세먼지 지하수, 이를 먹고 사는 동식물. 그것들을 섭취하는 우리에겐 분명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 상태로 가면 50년 후엔 농작물 소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땅과 물과 하늘을 중심으로 하는 생명 운동은 아주 현실적인 아젠다이다. 땅과 물과 공기처럼, 불도 현실적인 문제이다. 일단은 불을 아껴 써야 하고 불을 아껴서 석탄 연료를 줄이는 게 급선무이다. 아끼면 30%는 줄일 수 있다.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런 것부터 실천해 나가야 그나마 젊은이들의 이민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4월 22일은 대한민국 국회가 정한 국가기념일인 “새마을의 날”이다. 국가의 무형자산인 새마을운동은 가난극복의 상징이자 ‘우리도 잘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운동이다. 지나 온 50여년이 격동의 시기였다면 이제 새로운 50년의 새마을운동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후손들은 우리가 누린 것 이상 더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누리면서 나쁘게 만든 것이니 우리가 회복시켜야만 한다. 후손들에게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문명의 대전환을 통해 우리의 후손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생명살림의 시대정신으로 더 좋은 나라 만들기에 노력하면 훗날 후손들이 그 열매를 마음껏 누리게 될 것이다. 결코 이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누구나 와서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나누면서 서로 공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때 선진 대한민국으로서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말로만 외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천과 행동이 필요하다.

‘해야겠다.’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때 우리의 귀여운 손녀?손자들은 이민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송재필 경기도새마을회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